MARIAGE FRERES_MARCO POLO
14:00
'마리아주프레르 홍차를 처음 마신 순간은 정말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도쿄 긴자점 작은 티룸에서 웨딩임페리얼을 주문했을 때, 고급스러운 티포트에서 흘러나오는 진한 향기에 먼저 매료되었습니다. 차를 한 모금 마시자마자, 부드러운 초콜릿과 카라멜의 향이 입안 가득 퍼지며 감미로운 맛을 느꼈습니다. 그 깊고 풍부한 맛은 마치 한 편의 시처럼 마음을 울렸고, 그 순간 저는 마리아주프레르가 왜 명품 홍차로 불리는지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차 한 잔이 이렇게 큰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순간이었어요. 지금도 그때의 향과 맛을 떠올리며 미소 짓곤 합니다.'
는 나의 망상이다.
아쉽게도 국내에는 마리아주프레르 티룸은 물론 매장도 없다.(구매 대행으로 사야 해서 비싸다) 프랑스 파리, 런던, 베를린 등에 티살롱이 있고, 가까운 일본에도 매장이 있어 브랜드의 고급 티와 티푸드를 경험해 볼 수 있다고. 그래서일까? 유독 마리아쥬프레르 홍차를 찬양하는 사람이 많은 느낌이다.
실제로 재작년 일본 여행 중에 마리아주프레르 긴자점 티룸 건너편에 서서 '저 안에 있는 사람들은 지금 얼마나 행복할까' 하고 흠모하던 적이 있다. 멀리서도 눈에 확 띄는 프랑스풍 인테리어는 무심코 지나치기 어려운 곳이었다. 엄청 추운 날이었는데, 마치 남의 집 창문을 들여다보는 성냥팔이 소녀가 된 기분이었다.
결국 계획에 없던 티룸을 이용하지 못해 우중충해진 기분을 전환하려고 찻잎만 구매했는데, 그게 바로 'Marco Polo Rouge'였다. 기왕 매장을 발견한 거 뭐라도 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늘 이게 문제!
사람들이 가향차의 정석이라고 말하는 '웨딩임페리얼과, 마르코폴로'는 마리아쥬프레르를 대표하는 차다. 우리나라에서는 확실히 그렇다. 내 생각에는 많은 사람들이 두 가지 차만 먹어보고 입소문이 나서 이렇게 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마리아쥬프레르에 정말 많은 종류의 차가 있는데 정보가 한정적이니까.
웨딩임페리얼은 달콤한 초콜릿과 카라멜의 향이 어우러져 부드러운 맛을 자랑한다. 마르코폴로는 베리류의 향긋함과 바닐라가 조화를 이뤄 매혹적인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맛과 향도 모르는 차를 덜컥 구매하는 건 커다란 믿음이 필요한 일이다. 두 차에서 풍기는 느끼한 향 때문에 후회막심이었고, 앞으로 베스트셀러는 쉽게 믿지 않기로 다짐했다.
정석은 도대체 어떤 맛일까? 많은 사람들이 '정석이라고 하는 맛'에 반기를 들어 본다. 나는 정석에서 비껴간 입맛을 가지고 있는 걸까...(주류에 어울리지 못해 아쉽기도) 일단은 실패가 적은 맛이라고 해두자.
조금 더 시간이 지나서 경험이 많아지면 맛있게 느껴질까 싶어 마르코폴로 홍차는 딱 두 번 마시고 고이 보관 중이다. 그런데 홍차도 상미기한이 있다. 늘 이게 난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