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tnum&Mason - Royal Blend
08:50
회사에 다닐 때, "짬나는 시간을 어떻게든 야무지게 사용해야 돼." 하고 매일 쫓기는 기분으로 살면서도 출근 직후 차 한잔은 빼먹지 않고 챙겼다. 신선한 물을 전기포트에 팔팔 끓여 따끈한 물로 미리 데워둔 머그컵에 로얄블랜드 티백을 3분간 우려낸다.
'왕에게 어울리는 차'를 자신하는 차답게 향기부터 품격 있다. 홍차 본연의 씁쓸함은 온데간데없고 부드럽고 진한 꿀향기가 기분 좋게 목구멍을 타고 미끄러지는 느낌! 이게 다 마케팅 탓이려니... 하지만, 이 차는 실제로 1902년 영국 국왕 에드워드 7세를 위해 만들었다나? 120년 이상 이어져온 진짜 명품차라 불릴 만하다.
아무튼 이 로얄블랜드 티는 일터에서의 무탈한 하루를 기원하며 마시는 나의 은밀한 아침 의식이었다.
수색이 맑고 붉은빛에 가까워서 왠지 진하고 강한 맛이 상상되지만 맛은 반전미가 있어 부드럽다. 과묵하면서도 인자한 미소를 지닌 황제의 모습이 연상되는 차다. 우유와도 잘 어울려서 밀크티 만들 때도 많이 사용한다고. 뜨끈한 밀크티에 설탕까지 보충하면 든든함은 배가 된다.
탕비실의 터줏대감 맥심 커피와 어깨를 나란히 둬도 될 만큼 편리하고 맛 좋은 차다.
포트넘 앤 메이슨은 초창기 1707년 매장 오픈 이래로 영국 왕실과 귀족들에게 홍차와 식료품을 납품하며 명성을 얻은 잔뼈 굵은 브랜드다. 수집 욕구 자극하는 틴케이스, 민트색 선물 박스 그리고 티백 하나만 봐도 멋지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로망 중 하나가 홍차의 나라 영국에서 차를 실컷 사 오는 것. 나 또한 영국 런던에 간다면 포트넘 앤 메이슨 본점으로 달려갈 거다.
포트넘앤메이슨 본점 건물 외벽에 설치된 포트넘 시계는 이미 랜드마크가 된 지 오래다. 이 시계는 항상 4시를 가리키고 있는데, 영국 사람들의 애프터눈티 티타임을 의미한다고. 게다가 매 해 크리스마스 즈음엔 존재감 확실하게 꾸며놓는다고 하니, 올해에는 유튜브에서 런던 스트리트 영상이라도 꼼꼼히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