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일상
손님을 응대하는 한 할머니의 밝고 친절한 모습, 그리고 지나칠 수 없는 짧은 머리, 부은 얼굴. 저 모습을 한 사람들을 누구보다 잘 알아볼 수 있고, 궁금해하기에 늦은 시간에도 TV를 볼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삶의 어떤 지점에서 죽음을 볼 때가 있다. 이전까지 당연한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순간들, 이 경험(암투병)을 결코 권하지 않지만 피할 수 없다면, 그 자체는 사람을 바꿀 수 있는 몇 안 되는 소중한 경험이라 생각한다.
죽음에 관한 또 다른 기억
늘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사는 것을 힘들어했고 그럴 때마다 죽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응급실에서 본 그는 내게 꽤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다.
그는 여느 때처럼 스트레스 때문에 술을 마셨는데 갑자기 너무 죽고 싶어서 한강에서 뛰어내렸다고 한다. 물속에 들어가는 순간 예상과 다르게 정신이 번쩍 들며 '살아야 한다'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하며, 어두운 강물에서 필사적으로 헤엄을 치다가 지칠 때쯤 교각에 매달릴 수 있었고 그 자리에서 30분 정도를 살려달라고 외쳐서 구출이 되었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그 뒤로 몇 년을 봤지만 힘들다고는 해도 죽고 싶다는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 지금은 연락이 안 되지만 적어도 '스스로 죽지는 않았겠구나'라고 생각한다.
코로나로 인해 많이 답답하고 지치는 요즘 죽음을 마주했을 때를 떠올린다. 창 밖의 밝은 햇빛,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 일상의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느껴졌던 시간들....
모든 것이 걱정되고 힘든 지금이지만 '이 또한 지나가겠지, 이 경험, 이 순간이 추억으로 기억되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아내, 아이들, 가족, 친구, 이웃과 함께 또 다른 일상에서 고민과 즐거움을 나눈다.
이 시간이
남은 삶에 아름다운 색을
입혀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