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세트장

by 차쌤

8。영화세트장


8-1.png 일본 종군위안부 책


야스카미즈오미쓰노노미코토는 “이즈모국은 처음엔 작게 만들었다。여기에 더 이어 붙여 크게 만들자。” 고 했다。마침 신라(한반도)의 곶에 남은 땅이 있어 어린 여자의 가슴처럼 폭이 넓은 가래를 큰 물고기의 아가미에 신라의 튀어나온 땅에 내리꽂아 잘라낸 다음 세 가닥으로 꼰 그물을 걸어 “쿠니코 쿠니코('쿠니'는 '나라'를、'코'는 '오다' 라는 뜻으로、'나라여、오라' 라는 의미) 라고 하면서 잘린 땅을 끌어당겨 이어 붙였다。이곳이 지금의 일본 시마네 현 오즈해변과 다이샤마치 부근이다。그물을 걸었던 말뚝은 지금의 시마네현 산벤산이다。

---나라 시대(710~794년) 각 지방 관청이 써 남긴 지역별 향토지의 하나인 <이즈모국 풍토기> 에서




잘 가꿔 갖춰진 유명 명승지보다도 그들이 사는 모습 그대로를 보다 가까이에서 보는 것이 나의 해외여행의 주된 목적이다。그런 곳이 관청이고 도서관이고 학교이다。1984년 첫 해외여행으로 일본에 갔었다。시청 안에 카페가 있는 것을 보고 놀랬다。한국에 지금은 흔하지만 그땐 없었다。혼자 책을 읽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지금도 한국에선 흔치 않는 일이다。비교하게 된다。그들의 흠을 잡으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오히려 반대로 그들에게서 배울 점을 보고 싶었다。'무엇이 다른가?' 다른 생활 문화로 역사도 짐작해 보곤하는데 지금이 있게 한 과거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그 때나 지금이나 현저하게 다른 게 있다。한국과 일본의 카페나 음식점 풍경이다。한국엔 서넛、그 이상의 아주머니들이 모여 있는 걸 흔히 보지만 일본에선 본 적이 거의 없다。있다면 둘 정도。중년의 일본 여성들이 모여 있는 걸 보았다。수영장이다。이건 한국과 비슷하다。구라요시의 배 기념관 내 수영장에서다。외국인도 수영장 이용이 가능하냐고 물어보니、물론이라며 내 얼굴을 쳐다본다。60세가 넘었느냐고 묻는다。해서 50% 할인 받는다는 걸 알고 수영복을 챙겨 내일 오겠다고 했다。남자 직원이 여자 직원을 소개했다。“내일은 이 직원이 근무하니 잘 안내해 줄 것이다。” 정말 친절하다。

한가한 수영장에서 1시간 반 물놀이를 하고 나오니 <약자인권 도서관>이 수영장 바로 옆에 있다。이곳은 21세기 배기념관으로、돗토리현의 특산과일인 배를 홍보하는 기념관 안에 수영장과 인권도서관도 함께 있다。작지 않았다。꽤 큰 수영장이고 도서관이다。구라요시라는 도시는 100여 년 전 빨간 기와지붕의 전통 가옥이 잘 보존되어 있는 마을이며、이 안엔 100년 넘은 간장양조장、사케주조장과 여러 도예관、수예점、멧돌커피 파는 커피점、와인 창고、수제맥주점들이 있었다。붕어빵 가게도 있다。

약자인권 도서관의 그 많은 책들 사이에서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한국에서 강제로 끌고 간 일본군 위안부 관련 책들을 발견했다。어린 한국 여성에게 저지른 일본 만행의 책들을 일본에서 볼 수 있다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숨기고 감추고 왜곡하는 나라、일본인 줄 알았는데。。。 한 권이 아니다。눈에 띈 건 다섯 권。다 처음 보는 책으로 한국엔 번역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일본 종군위안부 문제가 거의 매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는데 한국에 왜 없지? 일본의 시골 구속진도시의 도서관에도 있는 책이라면 쉽게 찾아내 번역해서 한국인에게 알리고 또 세계에도 알릴 수 있는 일본인의 일본 자백고백인 책을 왜 한국에는 없나? 처음 보는 책들 속에 처음 보는 사진들、역사적 자료의 진귀한 기록들이 많다。한국 여성뿐만 아니라 중국 대만 그리고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여성들까지。。。 아쉽게도 네덜란드 일본 종군위안부도 있지만 이 책들에서는 볼 수 없었다。제목들만 적어 도서관을 나왔다。후에 종군위안부 관계자나 역사가를 만나면 알려주리라。

8-2.png 일본 미술사 책 중에서

나오니 넓은 홀에 휴게실이 있었고 여기에도 책을 비치해 놨다。<일본 미술사>라는 두꺼운 책이 먼저 눈에 띄었다。일본 국보1호였다는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을 보자마자 한국 국보 83호인 금동미륵 반가사유상이 떠올랐다。유사품 또는 복제품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는 조각상들이다。이를 보고 감복한 일본 대학생이 끌어안다가 손가락 하나가 부러진 사고가 났다。이를 계기로 조사하게 되었고 일본에선 나지 않고 한국에서만 자라는 춘양목(적송)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이 이후 일본은 국보의 순서를 없앴다。이 불상은 또 메이지 시대에 수리한 적이 있는데 일본인으로 성형했다는 건 일본학자들도 인정하면서 하는 말、“더 낫게 보수했기 때문에 문제 없다。” 그 보수란? 한국인의 형상을 일본인으로 바꾼 것이다。메이지의 시대는 이미지의 시대다。메이지의 초상화를 서양인으로 바꿨다는 사실은 웬만한 일본인들은 다 안다。조각상도 초상화도 성형하는 나라、일본。이에 대해 일본교수들은 너무나 당당하게、

“성형에서 더 아름답지 않느냐?”

일본교수들의 이 한마디가 일본을 이미지의 나라라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이런 일은 메이지 시대부터 흔했다。조각상 초상화 등에 국한하지 않는다。역사조작은 훨씬 심하다。

숨기거나 자기 것이라고 우기려해도 대학생의 실수로 인한 작은 사고로도 사실과 진실은 결국 드러나게 돼 있다。<일본 미술사> 이 책에도 숨기거나 일본 것이라며 주장하는 날 강도짓을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나라의 정창원은 백제인의 거처로 1,300여 년 전 백제 유물이 가득하다。나라의 법륭사에는 백제관이라는 이름으로 그 당시 백제 유물을 전시 보존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는 백제가 아닌 외래

、또는 당에서 온 유물이라고 숨기고 있다。규슈 아리타도자기를 일본 3대 도자기라고 칭송하면서도 역시 조선이 아닌 대륙에서 왔다고만 쓰여 있다。왜 이럴까? 왜 이래야만 할까? 다 알고 있는 것을、자기네들도 다 인정하는 것을。。。 내 머리로는、내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정말 힘들다。인정하는게 무엇이 문제 되지? 자존심? 숨기고 가리고 왜곡하고 성형하여 바꿔서라도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게 자존심인가? 일개 한 여성의 얼굴을 성형하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가。。。 오히려 자존심을 스스로 깎는 일 아닌가。

'고쳐서라도 자기 것' 이라고 주장하는데 그런다고 자기 것이 되는가? 그런다고 자기 것이라고 믿는 것이 참으로 가관이고 가소롭기 그지 없다。

분명 전쟁침략 가해자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라고 말하면서도 얼굴을 붉히지 않는 일본총리 기시다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에 대해 자국 일본인에게는 물론 세계에 다 숨기고 있는 기시다의 얼굴에 일본인 교수며 성형된 반가유상이며 서양인 메이지의 얼굴이 뒤범벅 오버랩 된다。그들은 다 연기자 배우가 되고 일본 국민은 지시대로만 연기해야 하는 엑스트라가 되고 만다。구경꾼 관람자가 된 남(외국인) 들은 만들어진 영화를 보며、그 연기를 보며 멋지다고 환호한다。

일본 땅을 돌며 이런 것이 확인되는 숫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이런 생각이 든다。내가 어떤 영화세트장 안에 들어와 있다는 생각이다。잘 꾸며진 세트장을 밖이 아닌 안에서 돌아다니다 보면 '내가 이 안에 갇혀 있구나。' 불현듯 영화세트장은 감옥이 되고 만다。거짓을 강요받고 그것을 억지로라도 진실로 알고 살아야 하는 。。。 그러자니 더 속박하고 더 구속해야 했을 터。사무라이의 긴 칼로 자국 일본인들을 얼마나 그리고 한국 등 아시아인들에게까지。

남 얘기만 할 게 아니다。한국은? 한국 정치인은? 한국 역사가는? 한국인은?

일본인은 타의에 의해 삶이 강요됐다면 한국인의 상당수(약 40% 정도)는 자발적 굴욕을 스스로 선택하고 있는 건 도대체 무슨 조화인가。난 일본인보다 한국인의 이런 점이 더 이해하기 힘들다。지배를 받아왔다면 더 강한 반발을 하는 게 당연한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일본에 빌붙어。。。 부역하며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 것인가。눈앞의 작은 이익? 굴욕해서라도 치졸하게 얻은 이익。당당한 그 뻔뻔함。 죽음 앞 극한 상황에서 가해자의 작은 친절에 속아。。。 스톡홀름증후군을 억지로 붙여 이해해 보려 해도 이건 절대 아니다 싶다。매국、나라를 팔아 자기의 배를 채운다? 이런 자가 최고권력자이며 이런 자를 추종하는 자들이 꽤 많다는 게 더 문제다。일본의 꼬봉으로 부역하는 한국의 그런 부역자나 국민들을 보면 우스꽝스럽게 차려입은 삐에로가 생각난다。삐에로는 항상 웃는다。자기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짓을 하고 있는지를 보면서도。

이래서 일본정치가 만들어 낸 영화가 비극이라면 한국정치가 만들어낸 영화는 희극이라 아니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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