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서 찰랑거리는 슬픔을 토하지도 삼킬 수도 없어
나는 혀 끝으로 슬픔을 어루만져본다.
혀 끝에 닿는 슬픔이 일렁인다 싶으면
찔끔하고 아주 작은 눈물이 나온다.
시원하게 울어버리면 목구멍을 막은 슬픔이
모두 녹아버릴 것 같은데
슬픔은 도통 자기를 내어 줄 생각이 없다.
슬픔을 눌러보며 나를 둘러싼 스무 평 남짓의 공간을 둘러본다.
이 속에서 너는 얼마나 힘들었던 걸까.
매일을 어떤 마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 다시 닫고 나왔을까.
어떤 무게가 너를 다시 나오지 못하게 했을까.
너를 떠올리니 또다시 내 목구멍 안의 슬픔이 일렁인다.
아마도 이대로 녹아버릴 수는 없나 보다.
그래서 이토록 자신을 드러내며 찰랑거리고 있다.
나는 너와 같은 공간에서
혀 끝으로 슬픔을 만져보며
뒤돌아 나온다.
너를 삼켜버린 이 공간이 우리 모두를 삼켜버리기 전에,
나는 너를 슬픔 속에 새겨 넣고 앞으로 나아간다.
나를 위해,
너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