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는 밥, 샐러드는 국 '자리'에

ft. 완생을 향해

by 꾀돌이

급식은 어떤 메뉴가 나오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담아오느냐도 중요하다. 직접 떠오든 조리실무사에게 받아오든 마찬가지다. 어느 위치에 얼마나 어떻게 담느냐에 따라 내 오늘의 급식이 달라진다. 나의 취향과 선호에 맞춰 모든 메뉴의 자리를 잘 잡아줘야 한다.




급식은 주로 좌측 하단의 제일 큰 칸에 밥, 우측 하단의 큰 칸에 국, 상단의 세 자리 중 가운데 얕고 넓은 칸에 주찬, 양쪽 가장자리의 오목한 칸에 부찬이 담긴다. 이 기본적인 ‘담기’ 방법에 변용이 필요한 메뉴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떡볶이와 샐러드가 그렇다. 내 담기 신공이 발휘된다.


떡볶이는 반찬으로 나오기 때문에 밥과 함께 먹으면 자칫 탄수화물을 과다 섭취하게 된다. 밥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떡볶이를 밥자리에 배치시킨다. 밥과 함께 잔치국수, 칼국수, 김치우동이 나오는 날이 있다. 면과 밥을 다 먹으면 역시 탄수화물 과다 섭취.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 나는 밥파다. 면을 포기한다. 내 경우에는 고기를 많이 먹는 것보다 밀가루를 먹는 게 살이 더 찌더라. 몸이 살크업 되는 느낌이랄까. 밀가루처럼 몸이 부풀어 오른다. 난 잘 먹고 많이 먹기 때문에 닥치는 대로 와구 먹으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최대한 혈당스파이크가 덜 오는 순서대로 먹으려 애쓰고 탄단지를 균형 있게 섭취하려고 노력한다. 그래도 떡볶이는 포기가 안 된다.


샐러드 역시 반찬으로 나오는데, 찬 자리는 너무 작고 좁아서 부피가 큰 샐러드를 넉넉하게 담기에 적절하지 않다. 국을 가뿐하게 포기하거나 오목한 부찬 자리에 건더기 중심으로 조금만 담고 국 자리에 샐러드를 담는다. 샐러드보다 맛있거나, 좋아하는 국이거나, 국이 주인공인 날에는 밥자리에 샐러드를 담고 밥은 오목한 부찬 자리에 최대한 꾹꾹 눌러서 담는다. 샐러드는 부피를 줄일 수 없지만, 밥은 눌러 담으면 한 공기의 양도 한 숟가락 정도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샐러드를 양껏 담았으니 야채도 충분히 섭취할 수 있어서 건강에 도움이 되리라 믿으며 많이 먹는 죄책감을 던다.




우리는 모두 어떤 자리에 서 있다. 부모와 자녀, 어른과 아이, 연인과 친구, 직장인과 생활인, 주인과 손님, 스승과 제자... 삶의 장면에서 자주 다양한 입장에 놓이고, 많은 역할이 부여되고, 여러 자리에 위치하게 된다.

그 자리에서 나는 과연 어떤 자세인가. 어떤 모습이고 싶은가.


교사로서 나는 어떤 모습의 의자를 차지하고 있나, 아이들 앞에 어떤 교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가, 교사가 아닌 나는 어떻게 존재하고 싶은가, 작가라는 위치에서 어떤 흔적을 꿈꾸는가.

한 인간으로서 나는 어떤 빛깔의 사람이고 싶은가. 흔들리지 않고 단단하게 두 발을 딛고 서 있는가. 어느 자리에 어떤 그림자로 서 있고 싶은가.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 앞으로 내가 설 무대에서 어떤 자태이고 싶은가. 오늘의 내 삶은 어떤 태도인가. 내가 꿈꾸는 나의 터전은 어떤 모습인가. 그 공간을 위해 오늘의 나는 어떤 모양으로 살고 있는가.


내가 보낸 매일의 오늘이 쌓여 내일의 내가 된다. 내가 꿈꾸는 모습의 자리는 충실하게 살아낸 오늘이 모여 만들어진다.

미래는 내가 꿈꾸는 만큼 나를 기다린다. 내가 꿈꾸는 나의 미래가 나를 응원하고, 어서 오라며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부지런히 나의 미래로 달려가고 있다. 꿈꾸는 미래의 나를 떠올리며 오늘을 성실하게 살아간다. 오늘의 내가 행복한 것들도 놓치지 않고, 미래를 위해 현재의 삶을 지나치게 매몰시키지 않고.


밥의 자리를 잘 잡아줘서 내 오늘의 급식을 완성하듯이, 내 자리의 모습도 잘 잡아주고 싶다. 그렇게 조금씩 완생으로 나아가고 싶다.




이미지 출처: Pixabay709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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