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파스타를 먹으러 간 식당.
음식을 기다리며 셀프바를 이용하는데
서빙하시는 분이 말씀하셨다.
"맛있게 드세요.
선생님이시죠?
주방에 있는 친구가
알려 줬어요"
밥을 먹는 내내
오만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아이는 나를 알아 봤는데,
내가 아이를 기억 못하면 어떡하지?'
'보통 알아보면 이야기하러 오는데 안 오네 ㅠㅠ
못 알아 볼지도 모르는데
먼저 인사하러 가기도 그렇고
혹시 나한테 서운한 감정 있는 아이인가 ㅠㅠ '
파스타는 맛있는데
반대로 내 얼굴은 점점 초췌해져 갔다.
계산하고 주방을 슬쩍 보는데
'응?' 어찌된 일인지 남자들만 가득하다.
이 지역에선 여고에서만 근무했는데,
나를 알고 있는 남학생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더 복잡한 마음에
지난 5년의 삶을 급 돌아보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남학생과의 접점은 없었다.
그렇게 마음에 의문만 안고 지내던 어느 날 아침,
반가운 안부 인사가 왔다.
잊지 않고 기억해준 것도 고마운데
이렇게 인사까지 전해 더욱 고마웠다.
고등학교 졸업 후 요리에 관심이 생겨
식당에서 요리 배우며 일하고 있다고 했다.
그날 파스타와 함께 주문한 피자가
자기가 만든 피자라고 했다.
아내와 맛있다며 먹었었는데
졸업한 아이가 만든 피자라고 하니
자신의 꿈을 향해 너무도 잘 나아가고 있구나 하는 마음에
문득 마음이 뭉클했다.
아!
그리고 이렇게 곳곳에서 생각지도 않게 아는 사람을 만나다니,
차.. 착하게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