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호텔에선 조식으로 뷔페가 나오는데
여긴 특이하게 일본 가정식이 나왔다.
잉? 모자란 거 아냐 하는 걱정도 들었는데
다행히 간장닭볶음과 빵은
셀프로 계속 먹을 수 있어 부족하진 않았다.
특히, '오' 했던 것이 쌩뚱맞지만
사진 오른편에 있는 병 요거트였는데
요거트에서 살짝 밀키스 맛이 났다.
밀키스를 좋아해 집에 캔을 쌓아 두고 먹는데
'오호오호' 밀키스 맛나는 요거트라,
계획에 없이 폭식을 했다.
아내는 날 보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일본을 여행할 땐
일부러 더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 다니는 편인데
사람 많은 곳에선 괜한 불안감과 긴장감을 느끼기도 하거니와
둘 모두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히로시마 여행인데
정작 히로시마 도심에선 2일 머물고
나머지는 모두 인근의 소도시들만 다니고 있는데
이번 여정의 마지막인 미하라시 역시
굳이 여행으로는 잘 오지 않는
정말 한적하고 조용한 도시다.
미야지마에서 기차로 약 1시간 40분 정도 걸리는데
특이한 것은 기차가 역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모든 역에 정차한다는 점이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우리나라에도 옛날에 통일호, 비둘기호라는
간이역까지 모두 정차하는 기차가 있었는데
불현듯 그 기차 타던 추억이 떠올랐다.
오늘은 특히나 이동이 많은 일정이라
호텔에 짐을 맡기고 40분 뒤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야 했는데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점심 메뉴가 마땅찮았다.
급하게 기차역 주변에 식당을 찾았지만
그 흔한 우동집 하나 찾을 수 없었고
그러던 차에 발견한 토스트 세트를 판매하는 카페.
사람 마음이 참으로 간사한 것이
평소엔 늘 커피를 달아야 한다고 외치고 다니는 사람인데
따뜻한 날씨와 여행이라는 감정에 취해 그런지
쓰디쓴 아메리카노가 괜찮게 느껴졌다.
절대 이런 느낌은 아니겠지만
한국에 돌아가서도 가끔씩 햇살 좋은 날은
음악과 함께 따뜻한 커피를 마셔봐야겠다.
아내가 기차 타면 꼭 오른편 좌석을 맡으라고 당부했다.
가는 길에 바다가 펼쳐지는데,
오른편 좌석에 앉아야 볼 수 있다고 한다.
일본 여행 동안 바다 많이 봤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앞에서 이야기했듯 아내가 시키면 한다.
역시, 아내는 틀린 말을 하지 않는다.
바다가 바다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길과 산과 햇살과 어우러진 바다는
그 느낌이 또 달랐다.
동영상만 6, 7개를 찍은 듯 한데
이젠 아내가 같은 바다를 뭐 그렇게 많이 찍냐고 했다.
아내는 역시 이성적(?)이다.
창문으로 넘어오는 따뜻한 햇살과
눈 앞에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가
참 좋았다.
약 40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다케하라.
교토처럼 옛 일본의 건물이 모여있는 거리가 있다.
그걸 제외하면 아주 한적한 시골인데
그 관광지마저도 사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듯 했다.
새삼 느끼지만 우리 부부의 여행 스타일은 참 독특하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옥마을 같은 느낌인데
어릴 때 한옥 집에 살았어서
한국에서는 절대 가지 않을 전통 가옥 촌이지만
일본의 전통 가옥 촌은 또 느낌이 달랐다.
건축의 원리, 이론, 특징 이런 것은 하나도 몰라
그냥 거리를 걸으며
'오, 이국적이군'
하는 게 다지만 다름이 이상하게 예쁘게 다가온다.
마을 가운데 언덕에 절이 있어 올랐더니
다케하라의 전경이 눈에 들어오는데
유독 저 너머의 산이 우뚝 솟아 보이는 건
진짜 산이 높은 것인지
상대적으로 건물들이 낮아 높게 보이는 것인지
대비가 클수록 느껴지는 임팩트도 크구나 하는 걸 느낀다.
우리 부부는 둘다 술을 못하는데
이상하게 술에 대한 갈망은 있다.
예전에 일본 위스키의 역사를 다룬 다큐를 본 적이 있는데
일본 니카 위스키의 창시자인
다케쓰루 마사타카의 생가가 다케하라에 있었다.
어쩌다 올라오는 후기들을 보면
다케하라에서 양조장 체험도 하고 한다는데
우린 둘다 술을 못 마시니
'오, 니카상'하고 끝이다.
역시 여행이란 여행하는 사람의 삶에 따라
의미도 달라지는 것 같다.
이번에 일본 여행을 다니며 참 부러웠던 것 중에 하나인데
바로 햇볕 좋은 날 빨래를 밖에다 건조시키는 장면이었다.
어릴 때 마당 있는 한옥집에서 자라
어머니께서 빨래하시면 옷을 마당에 널곤 하셨는데
햇볕에 바싹 마른 그 특유의 향이 너무 좋았다.
아파트들에 베란다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이젠 확장이 선택이 아닌 필수처럼 되어버려서
빨래를 햇볕에 말릴 수 없다는 점이 참 속상하다.
물론 빨래를 밖에다 널고 걷고 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닌 건 알지만
그래도 부럽다.
(집에서 빨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