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관람가 57. 우리들
"사실 우린 알고 있습니다. 유년시절의 기억이라는 건 잔뜩 포장된 모습이라는 걸요. 학교는 관계 맺기를 배우는 공간이었지만, 악몽의 기억이기도 합니다.
아직은 너무 작고 좁은 창으로 세상을 보던 그 시절, 작은 교실 안에서 우린 때로 피해자가 되기도, 가해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오프닝에서의 피구처럼 공에 맞아 선 밖으로 쫓겨났고, 선 밖에선 다시 안에 있는 친구에게 공을 던졌습니다."
"선이처럼 얼굴에 드러나진 않지만, 우린 아직도 내 이름이 불리지 않을까봐 두려워합니다. 관계 맺기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또다시 서툽니다. 그 서투름이 우리 하루에 사소한 오해들을 남깁니다.
문득 그게 눈에 띌 만큼 쌓여 있음을 알게 됩니다. 서툰 이해, 서툰 사과, 서툰 용서가 묘한 갈증을 부추기죠. 그만하고 싶은 밀고 당기기와 안 그런 척하면서 눈치 보기로 이어집니다. 내색은 하지 않지만 서로 알고 있는 그 미묘한 눈치싸움, 그건 정말 피곤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