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Pick #96
1. 지난달 23일, 테슬라가 한국에 '감독형 FSD(Full Self-Driving)'를 정식 출시했습니다. 미국, 캐나다, 중국 등에 이어 7번째 국가죠.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떼고 전방만 주시하면 차가 알아서 가속, 제동, 차선 변경, 주차까지 해냅니다. 아직 완전 자율주행(레벨4~5)은 아니지만, 운전자 감독 하에 차량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경험은 분명 새로운 차원입니다. 그리고 이 기술의 핵심에는 '눈'의 차이가 있습니다.
2. 테슬라는 8대의 카메라만으로 자율주행을 구현합니다. 카메라가 수집한 2D 이미지를 AI가 분석해 깊이와 거리를 추론하는 방식이죠. 사람이 두 눈으로 세상을 보고 뇌로 거리를 가늠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반면 웨이모, 볼보, 폭스바겐 등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은 라이다(LiDAR)를 써왔습니다. 레이저를 쏘아 물체의 형태와 거리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센서입니다. 추론이 아니라 측정이니, 정확도는 라이다가 앞섭니다.
3. 그런데 왜 테슬라는 라이다를 쓰지 않을까요? 가격 때문입니다. 라이다는 대당 500~800달러, 카메라 8대는 총 250달러면 됩니다. 일론 머스크가 라이다를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이유죠. 물론 카메라 방식에도 약점이 있습니다. 어두운 환경이나 악천후에서 인식률이 떨어지고, 깊이 정보를 AI가 추론해야 하니 오류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테슬라는 이 약점을 데이터와 AI로 메우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4. 테슬라는 슈퍼컴퓨터 '도조(Dojo)'에 수만 개의 GPU를 돌려 AI를 학습시킵니다. 전 세계 수백만 대 테슬라 차량이 매일 수집하는 주행 데이터가 이 AI를 더 똑똑하게 만들죠. 하드웨어 단가는 낮추고, 소프트웨어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테슬라는 OTA(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차량의 단점을 꾸준히 개선해왔습니다. 오늘의 부족함이 내일 업데이트로 해결되는 셈이죠.
5. 이러한 상황 속에서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이끌어온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가 지난 3일 전격 사임했습니다. 송 대표는 라이다 대신 테슬라와 유사한 카메라 중심 전략에 집중하며 프로젝트를 이끌어 왔지만, 상용화가 생각보다 느려지는 상황 속에서 테슬라 FSD가 한국에 상륙하면서 벽에 다다랐습니다. SDV 독자 전략의 한계를 인정한 것일까요? 앞으로 현대차는 자체 개발보다 엔비디아, 구글 등 빅테크와의 제휴로 전략을 재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자율주행의 눈은 결국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본 것을 얼마나 빨리 배우느냐가 관건인지도 모릅니다. 테슬라가 한국 도로에서 매일 쌓아가는 데이터는 그래서 의미심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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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뒤샹,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 No.2(Nude Descending a Staircase, No. 2), 1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