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Pick #98
1. '빡센 저작권' 하면 바로 기억나는 기업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업이 디즈니입니다. 디즈니와 저작권이 얽힌 사건은 굉장히 많은데요. 1987년 일본 초등학생들이 졸업 기념으로 수영장 바닥에 미키마우스를 그렸다가 디즈니 측의 경고를 받고 그림을 지워야 했고, 미국의 한 유치원은 담벼락에 디즈니 캐릭터를 그렸다가 저작권 침해 통보를 받고 비용을 들여 그림을 지워야 했습니다. 무인도에 표류하면 모래사장에 미키마우스를 그리라는 블랙 유머가 있을 정도예요. 미키마우스 저작권이 만료될 때마다 로비를 통해 보호 기간을 연장시켜 '미키마우스 보호법'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회사입니다.
2. 그런 디즈니가 오픈AI와 3년짜리 라이선스 계약을 발표했습니다. 미키마우스, 엘사, 심바, 아이언맨, 다스베이더까지 200여 개 캐릭터를 소라(Sora)와 챗GPT에서 AI 콘텐츠 생성에 활용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올해 6월에는 AI 이미지 생성 플랫폼 미드저니를 저작권 침해로 고소하고, 챗봇 기업 캐릭터AI에는 디즈니 캐릭터 삭제를 요구했던 바로 그 디즈니가요. 계약에는 10억 달러(약 1조 5천억 원) 규모의 지분 투자도 포함됩니다. 블룸버그는 이를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가 AI 개발사에 투자한 역대 최대 규모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배우들의 초상권과 음성은 제외됩니다. 우디가 등장하는 영상은 만들 수 있지만, 톰 행크스의 목소리는 쓸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3. 디즈니 밥 아이거 CEO는 디즈니가 그동안 지식재산권 보호에 공격적이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오픈AI의 성장세와 콘텐츠 라이선싱에 대한 의지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기존 사업 모델의 파괴를 포함해 어떤 변화가 결국 일어날 것이라면 그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는 게 그의 오랜 신념이라고도 덧붙였죠.
4. 결국 이 계약은 '막으면 막을수록 새어나간다'는 현실을 인정한 것입니다. 미드저니를 고소하고 캐릭터AI에 경고장을 보내도 AI가 만든 디즈니 이미지는 인터넷 곳곳에 넘쳐났으니까요. 차라리 공식 통로를 열어 통제권을 확보하고, 성장하는 시장의 파이를 함께 나누는 편이 낫다는 계산입니다. 저작권의 칼날을 휘두르던 손이 이제 AI의 손을 잡았습니다. 시대가 바뀌면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 AI의 공습 속에서 100년 역사의 디즈니조차도 이러한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https://www.mk.co.kr/news/culture/11490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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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 피카소, 꿈(Le Rêve), 1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