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TaPick

기대와 유혹 사이, 창업자의 도덕성 줄타기

TaPick #99

by 팀어바웃

1. 설립 두 달 만에 100억 원 투자 유치. 카카오브레인 최연소 대표 출신. 생성 AI 모델 'KoGPT', '칼로(Karlo)' 개발을 이끈 인물. 국내 AI 스타트업 오픈리서치의 창업자에게 붙던 수식어들입니다. 그런 그가 최근 회사 지분 일부를 매각한 자금으로 불법 도박을 했다고 시인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처음엔 부인했지만 열흘 만에 거짓 해명이었음이 탄로났는데요. 회사 자금을 빼돌린 횡령과는 일부 성격이 다르지만, 대부분의 투자계약서에는 창업자 지분 매각 시 투자자의 사전 서면 동의를 받도록 하는 조항이 있기에 책임을 피할 순 없습니다.


2. 창업자의 일탈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22년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샘 뱅크먼-프리드는 고객 예치금을 자신의 투자회사 손실 보전과 부동산, 정치 후원금에 사용했다가 사기 혐의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320억 달러 가치 기업이 하루아침에 파산했죠. 혈액 검사 스타트업 테라노스의 엘리자베스 홈즈는 작동하지 않는 기술로 7억 달러 이상을 끌어모았다가 징역 11년형을 받았습니다. 90억 달러 가치의 '차세대 스티브 잡스'가 사기꾼이 된 순간이었습니다.


3. 여기에 더해 위워크의 애덤 노이만은 법적 처벌은 받지 않았지만, 회사를 개인 금고처럼 썼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6천만 달러짜리 전용기로 서핑 휴가를 다니고, 자기 소유 건물을 회사에 임대하는 이해충돌을 일으켰으며, IPO 직전에는 7억 달러어치 지분을 매각했습니다. 470억 달러 가치가 수개월 만에 100억 달러 이하로 추락했고, 6천 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한 전직 임원은 그를 "역사상 최고의 사기꾼 중 하나"라고 평했습니다.


4.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다음 시대를 열 천재'로 불렸고, 막대한 투자금이 몰렸으며, 그 기대가 스스로를 통제 불능 상태로 몰아갔다는 점입니다. 스타트업 생태계는 빠른 성장과 대담한 비전을 보상합니다. 투자자들은 다음 대박을 찾아 경쟁적으로 자금을 쏟아붓고, 창업자는 어느 순간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고 믿기 시작합니다. 테라노스의 홈즈 변호인단은 재판에서 "벤처 기반 스타트업이 급상승 후 추락하는 건 업계의 일부"라고 항변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 믿음이 책임감이 아닌 특권의식으로 변질될 때입니다.


5. 물론 모든 창업자가 이런 함정에 빠지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기대와 압박이 클수록, 검증 없이 자금이 몰릴수록 유혹은 커집니다. 투자자들의 실사가 얼마나 철저했는지, 이사회가 제 역할을 했는지도 되물어야 합니다. 결국 남는 건 직원들의 일자리, 투자자들의 손실, 그리고 생태계 전체의 신뢰 훼손입니다. 한 사람의 일탈로 치부하기엔, 이런 일이 너무 자주 반복되고 있습니다.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5/12/11/TCXMB7EBABHILONJ6O2UHEGL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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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브뤼겔, 이카루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 c.1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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