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Pick #070
1. 미국 델타항공의 회장이 지난달 투자자들에게 충격적인 발표를 했습니다. 소비자가 최대로 비싼 값을 내고 표를 사게끔, 가격 계산에 시범적으로 AI를 활용하겠다는 것이었어요. 델타는 이후 해명에 나섰지만, 이미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습니다. AI 기반 맞춤형 가격 책정이라는 새로운 현실이 우리 앞에 나타난 거죠. 기업들은 이제 당신의 개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당신이 얼마나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 얼마나 지불할 능력이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계산하게 될 겁니다.
2. 핵심은 정보의 완전한 비대칭성에 있습니다. 그동안 판매자들은 모든 소비자에게 동일한 목록 가격을 게시해왔고, 소비자들은 판매자에게 익명으로 남아있을 수 있었어요. 더 적게 지불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은 세일을 기다리거나 다른 곳과 비교 쇼핑을 할 수 있었죠. 하지만 맞춤형 가격 책정은 이 균형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기업들은 판매하는 가격을 숨길 수 있게 되었고, 개별 소비자는 모든 정보를 공개하게 된 거예요. 결국 '소비자 잉여'라고 불리는 혜택을 0으로 줄일 수 있게 된 셈입니다.
3. 물론 맞춤형 가격 책정이 모든 소비자에게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은 더 낮은 가격에 구매할 수도 있게 되고, 더 많이 지불할 의향이 있는 소비자들이 이를 보조하는 구조가 될 수도 있어요. 실제로 우리 경제 곳곳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죠. 하지만 문제는 기업은 자선사업가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결국 기업의 목표는 전체 이익을 증가시키는 것이고, AI는 이를 위해 각 소비자로부터 최대한 많은 돈을 뽑아낼 수 있는 완벽한 도구가 되었어요.
4. AI가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이터의 범위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전 구매 내역, 검색 기록은 물론이고 소득, 자산, 부채, 가족 상황, 직장 생활, 정치적 성향, 소셜미디어 활동까지 모든 것이 빅데이터 시스템에 입력되어 개인별 지불 의향을 계산하는 데 사용돼요. 온라인 상거래가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과 비교 쇼핑의 기회를 줄 것이라는 초기의 희망은 이제 정반대 상황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AI로 강화된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이제는 소비자의 주머니를 털어가고 있는 셈이죠.
5.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 방향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법을 강화하고, 맞춤형 가격 정책에 대한 투명성과 규제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어요. 미국에서는 연방거래위원회가 이미 관련 조사를 시작했고,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개별 소비자나 시민단체가 거대 기업의 기술력에 맞서기엔 역부족이지만, 공정한 시장을 만들기 위한 감시는 늦춰질 수 없어요. AI가 가격을 결정하더라도, 소비자의 권리와 주도권이 함께 설계되는 디지털 시장을 만들어가야 할 때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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퀜틴 마시스, 환전상과 아내(The Money Changer and His Wife),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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