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대체 누구에게 의존해야 하는가
두 달 전 저성과자 면담을 떠올려본다.
철저한 상대평가로 이루어지는 곳인 대기업에서 A는 성과 최저점을 받았다. 성과 최저점을 받는 사람은 성과급을 받지 못하고 아마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연봉 인상도 동결이 된다고 들었다. A에게 내가 성과 최저점을 준 건 아니다. 팀원들과 나의 전체적인 의견 및 평가를 보고 임원인 나의 상사가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당시에는 이 최종 결과를 어떻게 전달해야할지 한 달을 넘게 고민했고, 여러 준비를 하고 만나서 결과를 전달했으나 A는 "예상된 결과이다. 더 할 얘기가 없으면 나가보겠다" 며 미팅룸을 나갔다.
지난 두 달동안 A의 태도는 노골적으로 불량했다. 티가 날 정도로 팀이나 본인의 업무, 업무 요청자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고 팀원들도 그의 눈치를 봤다. 뒤에서는 "도대체 태도가 왜저래" 라는 말을 주고받았지만 다들 저 사람 덕분에 스스로가 최저점을 면해서라고 생각한건지 꺼내어 문제제기하지는 않았다. 그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하거나 너무 케어하기에는, 사실 나 포함 팀원들 모두 많이 바빴다. 그 사람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전달한, '도대체 쟤는 왜 저런대요?' 라는 말을 건너 건너 이제서야 내가 듣게 됐다. 조직에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걸 늦게 깨닫게 되었다.
그러다 주간 업무미팅 회의에서, 회의 시작 전 ice breaking 용으로 한 주를 어떻게 보냈는지를 주고받는 시간에서 A가 나의 참을성의 한계에 똑똑, 하고 노크를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점부터 5점까지 업무 컨디션이 몇 점인지 쓰는 란에 대놓고 음수를 쓰면서, 사유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스무명의 팀원들 앞에서 질문했다.
나 : "컨디션에 음수를 쓰셨네요? 무슨 일 때문에 점수가 음수까지 도달했나요?"
A : "사유를 질문하실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본인의 일기를 쓰는 시간이 아니라 업무적으로 어떤 한 주를 보냈고 어떤 문제가 있는건지 얘기하는 시간에 이렇게 대응하는 것은 노골적으로 회사생활에 대한 불만을 나타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A는 그 과정중에 나에게 1:1을 요청하거나, 회사와 면담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본인과 친한 한두명의 동료에게 끊임없이 회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분위기를 해친 것이 그가 선택한 대응이였다. 그는 나보다 열 살 가까이 많다. 본인의 성과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회사가 본인을 내쫓아주기를 바라는 것 처럼 행동했다.
이제 이에 대한 피드백을 내일 해야한다.
1시간 정도의 1:1 을 잡았고 내일 출근하자마자 그에게 제발 분위기 해치지 말고 프로답게 행동하자는 얘기를 해야한다. 지난번 성과가 전달된 후, 지난 3개월동안에 대해서 적극성이나 주도적인 성과, 그리고 팀이 서로 성장하며 협업하는 과정에 기여하는 측면을 생각해보면 너에게는 좋은 평가를 줄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해야한다. 너는 너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비협조적인 태도와 부정적인 언행은 팀 전체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라는 피드백을 전달하며, 앞으로 제발좀 원만하게 협업하고 주변 사람들이 너의 눈치를 보지 않게 해달라는 부탁을 해야한다. 다소 비업무적인 피드백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이 내용을 어떻게 프로처럼 전달해야 할 지 나는 주말 내내 고민한다. A가 배설하듯 회사와 나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을 때, 나는 (진심으로) 그의 성장과 턴어라운드를 위해 어떤 지원을 해야할지 주말에 개인적인 시간을 쓴다.
누가 보면 몇 억씩 받고 주식도 있는 사람인 줄 알겠다. 나도 이 회사 온 지 이제 일 년 밖에 안됐는데.
나의 상사는 수 천 명의 회사를 돌보는 임원이고 나의 이런 고민에 공감해주지 못한다.
그를 제발 내보내라고 한다. 그런 사람이라면 나가는게 맞는거 아니냐고 나에게 반문한다.
나는 아무에게도 공감받지 못하고, 감사받지도 못하는 마지막 친절을 손에 쥐고 있다.
그냥 개인의 성장 가능성, 변화 가능성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싸이코패스인 최악의 상사가 되어 막말을 퍼붓고 나가라는 말을 해야 하나보다
회사가 나를 자꾸 그런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 나는 마지막까지 믿어보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