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나도 싫어하는 사람 있다.
[회사를 떠난 후, 그때의 나를 돌아보며]
이 글은 과거 전 직장에서의 경험을 기록해 두었다가, 이제는 그 시절이 지나간 기억이 되어 조심스럽게 꺼내 본 것이다. 조직이라는 곳이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이 글은 당시의 회사 분위기와 문화에서 비롯된 내 개인적인 생각일 뿐, 지금 다니는 회사와는 또 다른 결이 있다. (사실 과거에 작성해 두고 저장했다가, 이제서야 발행해 본다...)
회사의 블라인드 게시판은 연초 조직 개편, 인사발령, 큰 이슈 발생 시기에 유난히 활발해진다. 경영진을 비판하거나, 특정 부서 또는 인물을 향한 불만과 비난이 쏟아진다. 대부분 쌓여 있던 감정의 배출구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오래 근속한 사람이나 인지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더 많은 공격의 대상이 되는 것 같다.
그중에서도 특정인을 향한 글은 정말 무차별적이다. 익명성에 기대어 누구든 욕받이가 되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까지 파고들어 실명을 유추하고,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매도한다. 나 역시 그 회사에서 10년 넘게 재직하면서, 같은 경험이 있었다.
1. 승진 후 쏟아진 비난
가장 처음 거론된 건 승진 때였다. 내 승진을 두고 수많은 비난이 이어졌다. 사실 나 역시 몇 차례 누락을 겪으며 속상했던 끝에, 내 성과를 인정받고 얻은 승진이었다. 하지만 내 업무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내 승진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정적 시선을 가득 담아 내게 쏟아부었다.
그 회사는 유독 여성 리더에게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했기에, 여성 팀장의 승진이 탐탁지 않게 여겨졌던 것 같다. 여자 임원도 없고, 여자 팀장도 드물던 환경에서, 나는 ‘욕받이’가 되어야만 했던 걸까. 그들의 불만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누군가를 깎아내려야 했던 구조 속에서 내가 대상이 되었을 뿐이었다는 씁쓸함이 남았다.
2. ‘괴롭히는 상사’로 지목되다
두 번째는 ‘직장 내 괴롭힘’ 게시글이었다. 어느 팀원이 괴롭힘을 당했다고 적었고, 본사 내 여자 팀장이 많지 않아 곧바로 특정 인물로 추측되었다. 결국 누군가 댓글에 내 이름을 언급했고, 나조차도 ‘이게 나를 말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의심이 들었다.
그 글을 읽고 한동안 마음이 무거웠다. 정말 내가 그런 상사로 보일 수도 있는 걸까? 내 말이나 행동에 문제가 있었던 걸까? 수없이 자책하고 되돌아보았다. 다행히도 그 글 속 행동은 내가 한 적 없는 내용이었고, 우리 팀원들도 아니라고 확신했기에 억울하지만 넘어갈 수 있었다.
나중에 해당 글 작성자가 다른 팀 소속임이 밝혀져 오해는 풀렸지만, 또다시 ‘가만히 있었는데도’ 블라인드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상황은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그 후로는 내 행동 하나하나 더 조심하게 되었고, 되레 그 글이 내게 반성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3. ‘월급루팡 상사’라는 억울한 낙인
마지막은 내가 ‘일 안 하는 상사’라는 오해를 받았던 경우다. 당시 나는 정말 바빴다. 내 일로도 벅차서 다른 사람 일에 관심 가질 여유가 없었다. 내 업무는 티 나지 않는 staff 조직의 일이었고, 굳이 알릴 필요도 못 느꼈다. 그냥 묵묵히 내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와 내 팀은 실제로 회사의 주요 품목이 허가 취하 위기에 놓였을 때, 다양한 아이디어로 그 품목을 살려냈다. 매출 상위 품목의 생존에 기여해 포상도 받았다. 외부의 인정은 아니더라도 나는 충분히 자부심을 느꼈고, 회사에 의미 있는 기여를 했다고 믿었다.
그런데도 누군가는 내가 ‘일 안 하는 상사’라며 폄하하고 싶었나 보다. 내가 뭘 했는지도 모르는 채, 나를 깎아내리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질투였을까? 결국 그 회사에서는 ‘너무 드러나지 말고, 수면 아래에서 조용히 일해야 하는’ 것이 생존 방식이었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