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앞, 거실 한 귀퉁이, 식탁 옆 먼지 소복이 내려앉은 책 무덤들.
눈과 손이 닿는 곳에 책을 두는 버릇.
책을 읽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명이다.
책으로 손이 닿는 순간까지도
게으름과 치열하게 사투를 벌인다.
책장을 펴고,
눈으로 마지막 읽은 곳을 훑어보지만
아직 머릿속은 뽀얗게 먼지가 덮여있다.
눈은 글자를 따라 한 문장, 한 문장 속도를 낸다.
한 단어, 한 문장
어떤 의미가 담겼는지 중요치 않다.
눈은 의미 없이 글자를 따라간다.
그렇게 한 두 페이지를 읽고서야
마지막 읽었던 내용이 상기되며
머릿속의 먼지는 공기 중으로 흩어진다.
‘글쓰기’라는 건
전달하고자 하는 생각이
눈으로 읽히는 1초 그 간극의 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