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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새 독서모임 Dec 14. 2017

속초에 있는 동네서점 이야기

속초에는 닭강정만 있는 게 아니라구요

나는 서울로 대학을 입학하기 전까지 속초에 살았다. 속초에는 서점이 3군데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여기였다. 솔직히 고향에 살면서 동아서점을 자주 방문하진 않았다. 집에서 멀기도 했고(소도시에서 멀어봤자 얼마나 멀었겠냐만..)지나가다 들르면 들렀지 굳이 가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난 수능을 쳤고, 서울로 상경했다. 그리고 기억 속에서 동아서점은 잊혀져 갔다.



대학생 시절에는 책을 워낙 좋아해서 도서관에 누구보다 많이 갔다. 허나 졸업을 한 뒤로는 도서관보다는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 앱을 방문하고 있다. 왠만하면 책은 구입해서 본다. 괜찮은 책이 있으면 주저앉고 구입을 하는데 '속초 동아서점 이야기'라는 책이 보이길래 호기심에 구매를 했다. 그냥 속초라는 소재가 반가웠다. 설악산과 동해바다, 덧붙인다면 닭강정으로 유명하지만, 동네 서점 이야기가 책으로 나오다니. 이건 속초에서 태어난 나로서는 당연히 구매를 해줘야 한다는 일종의 동점심이 일었다. 책은 아버지의 부탁으로 동아서점을 운영하게 된 젊은 아드님의 짧은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다.


글쓴이의 나이대가 나랑 얼추 비슷한 것 같았다. 동창이 아닌가 싶어 친구 중에 동아서점 아들내미가 있었는지를 곰곰히 생각해봤으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마도 나보다 두세살 위거나 아래이지 않을까 싶다. 서점을 운영해보지 않겠냐는 아버지의 부탁을 받고 내려올 때 어떤 감정이셨을지, 운영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등등이 궁금했는데 젊은 사장님은 그런 이야기를 다양한 에피소드로 재밌게 써내려갔다. 피식피식하며 많이 웃었다.


나로서도 '서점발 베스트셀러'에 대한 희망을 품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것이 많은 서점 사람의 로망이듯, 나의 로망이기도 하다.


속초에 내려가면 한번 들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연휴가 길어 부모님을 뵙고자 내려간 김에 서점에 들렀다. 어머니께 동아서점의 위치를 여쭤보지 않았다면 서점이 이사하기 전에 있던 장소로 갈 뻔했다. 내가 알고 있던 동아서점과 달리 서점은 굉장히 넓었고, 깔끔하게 리뉴얼 되어 있었다. 그리고 글쓴이의 아버지로 보이는 사장님께서 카운터를 보고 계셨다. 가장 눈길이 갔던 게 바로 동아서점의 베스트셀러. 여기는 다른 서점과 달리 속초와 관련된 책들이 10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서점을 방문한 손님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한 가지는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저 진열에도 매 순간 조출한 망설임들이 책 아래에 꾹꾹 눌려 있다는 것이다.


서점을 둘러보면 정이 가는 큐레이션이 눈에 띄었다. 첫 손님이라 그런지 사람은 나 뿐이라 읽고 싶은 책을 맘껏 골랐다. 사실 인터넷으로 사면 10% 할인에 적립금까지 주기 때문에 돈을 생각하면 굳이 여기서 책을 살 이유는 없었다. 아마 교보나 반디와 같은 대형 서점처럼 특색이 없는 진열 상태였다면 사진 몇 장 찍고 나갔을지도 모른다. 허나 여기는 코너마다 손글씨와 책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선택된 책들에 글쓴이의 고민과 배려가 느껴졌다.



동네 서점이 온라인, 그리고 대형 서점과 싸워 이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항상 한다. 독서 모임 때문에 자주 가는 신촌의 홍익문고도 없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정작 책은 그 곳에서 구입하지 않는 나를 보며 들를 때마다 사장님께 왠지 모를 미안한 감정이 드는 게 사실이다. 시대가 바뀌면 서점도 바뀌어야 하는데 동아서점은 그런 소비자의 취향을 조금은 저격한 듯하다. 결국 동아서점의 직원이 만들어낸 스토리로 인해 서점에서 책을 구입했듯이, 동아서점과 같은 스토리가 없으면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지 않을까.


강원도 어느 바닷마을 서점에서 책이 팔려봤자 얼마나 팔리겠느냐마는, 책 뒤에 새겨진 가격 말고도 다른 무언가가 눈에 어른거린다면, 책에 대한 당신의 그 애정 어린 마음 덕분에 우리 서점은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낼 수 있었다.


속초에 들를 때마다 시간이 남으면 여기에 들러서 책을 몇 권 구입할 생각이다. 큰 면적의 서점을 적은 인원이 운영하시느라 바쁘시겠지만, 회원분들께 다양한 이벤트와 혜택을 준다면 동네 서점도 흥할 수 있다는 본보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속초를 관광하시는 분들께 속초에는 만석 닭강정만 있는 게 아니라 동아서점도 있으니 여행에서 시간이 조금 남으신다면 한번 들러보시는 것도 추천드리고 싶다.



글쓴이(필명)

카이로스 - 여행, 독서, 요리, 고양이를 좋아하는 데이터 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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