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넛인간, 프로필에 그림 이야기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나 행동이 있듯이
습관적으로 그리는 그림이 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리던 아이인데, 이유는 없었다.
종이 위에 동그랗게 그리고 나면
나도 모르게 점도 찍고, 죽죽 늘려(도 늘지 않는) 팔다리도 그리고
신기한 건, (당연한 건)
아무 생각도 없이 쓱쓱 그려되지만 그때의
마음이 그대로 담긴 모습으로 거기 우두커니 서있더라
이렇게 아무 말 대잔치 처럼 그리기도 하지만,
어떤 날은 민망하거나 신나서 주저리주저리
그림 이상으로 말하고 싶을 때도 그린다.
그러고 보면 머쓱해할 때 말고
대놓고 그림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도 이 아이로 인사했던 거 같다.
하지만, 가장 많이 그리게 되는 건 어떤 걸로도 내가 표현되지 않을 때
혹은 나 조차도 알지 못했던 내 상태가 쏟아져 나올 때인 듯.
#도넛인간 (이라고 인스타에 검색하시면 이 그림들 모두 나와요)
이라는 이름은 친구가 지어줬다.
같이 있으면 큰 대화도 없이 카페에서 아무말 대잔치를 벌이기도 했고.
일주일에 세네번은 만났지만, 딱히 한 일은 없던- 그냥 내 친구.
별 말 안하고 또 그리고 있는 나를 보고.
도넛인간이라고 불러줬는데,
누구에게 이게 이제 도넛인간이야. 라고 말하진 않았지만
내 마음속에 이 아이의 이름이 정해졌다.
안녕, 도넛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