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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캐릭터

도넛인간, 프로필에 그림 이야기

by bobae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나 행동이 있듯이

습관적으로 그리는 그림이 있다

12783208_1010899775642078_1727826896_n.jpg 이렇게 아무말 대잔치를 하듯이 그린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리던 아이인데, 이유는 없었다.

종이 위에 동그랗게 그리고 나면

나도 모르게 점도 찍고, 죽죽 늘려(도 늘지 않는) 팔다리도 그리고

12751346_239407836400048_1072819009_n.jpg 봄이 올 때 그리면 이런 아이가 나온다.

신기한 건, (당연한 건)

아무 생각도 없이 쓱쓱 그려되지만 그때의

마음이 그대로 담긴 모습으로 거기 우두커니 서있더라


12748260_1510215582621344_733702016_n.jpg 고민이 많던 날
12747607_574375282717156_645414606_n.jpg 두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끙끙거리던 봄날
12547683_1536064903352509_294363742_n.jpg 생각하려고 카페에 가 앉았는데 또 생각 안하고 그린다.

이렇게 아무 말 대잔치 처럼 그리기도 하지만,

어떤 날은 민망하거나 신나서 주저리주저리

그림 이상으로 말하고 싶을 때도 그린다.

12230930_1627960997465033_717060248_n.jpg 따뜻했던 기억에, 너스레 떨던 나
10986297_1376189826021302_217400444_n.jpg 도저히 누군지 못알아 보게 그린 그림을 혼자 멍하게 보다가. 믿기지 않지만 외국인
10986151_934080099935867_1376634168_n.jpg 물론 이것도 절대 잘그리지 않았지만, 똑같지 않지만...
10964016_553796318056681_2070063918_n.jpg 싸인받고 신나서 그린 그림에도 등장한다. (그렇다. 윤석철씨.. 죄송합니다. )


그러고 보면 머쓱해할 때 말고

대놓고 그림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도 이 아이로 인사했던 거 같다.

11007836_626409844125448_1435415295_n.jpg 오래전, 그림엽서를 손님들에게 배포하는 안내에도 등장.

하지만, 가장 많이 그리게 되는 건 어떤 걸로도 내가 표현되지 않을 때

혹은 나 조차도 알지 못했던 내 상태가 쏟아져 나올 때인 듯.

11176507_1581009412141703_453993555_n.jpg 지금의 연애와 결혼 전에는 항상 가슴에 구멍이 크게 있었는데 (프로필처럼) 아직도 가끔 저렇게 베어져 있다.


11116726_1613418822234874_101179300_n.jpg 왠지 짓눌려 보여서 저 때의 마음을 지금 어렴풋이 되짚어 볼 수 있다.
11007989_810024409078330_1492304506_n.jpg 심지어 눈코잎이 없는 날도 있었다. 이 걸 그릴쯤에는 하루에 3시간도 자지 않았었다.
10956795_1601810226697983_749201611_n.jpg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도넛인간.
1171153_1137596179619171_598423679_n.jpg 마음의 짐을 한껏 지고 있었나 보다.

#도넛인간 (이라고 인스타에 검색하시면 이 그림들 모두 나와요)

이라는 이름은 친구가 지어줬다.

같이 있으면 큰 대화도 없이 카페에서 아무말 대잔치를 벌이기도 했고.

일주일에 세네번은 만났지만, 딱히 한 일은 없던- 그냥 내 친구.


별 말 안하고 또 그리고 있는 나를 보고.

도넛인간이라고 불러줬는데,

누구에게 이게 이제 도넛인간이야. 라고 말하진 않았지만

내 마음속에 이 아이의 이름이 정해졌다.

안녕, 도넛인간.



928965_1547512278856356_1858887325_n.jpg 캐릭터라는 게 이런 의미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 캐릭터는 내 마음을 그리는 이 아이 도넛인간이다. "오늘도 기지개를 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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