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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bae Mar 15. 2017

내 캐릭터

도넛인간, 프로필에 그림 이야기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나 행동이 있듯이 

습관적으로 그리는 그림이 있다 

이렇게 아무말 대잔치를 하듯이 그린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리던 아이인데, 이유는 없었다. 

종이 위에 동그랗게 그리고 나면 

나도 모르게 점도 찍고, 죽죽 늘려(도 늘지 않는) 팔다리도 그리고 

봄이 올 때 그리면 이런 아이가 나온다. 

신기한 건, (당연한 건)

아무 생각도 없이 쓱쓱 그려되지만 그때의 

마음이 그대로 담긴 모습으로 거기 우두커니 서있더라 


고민이 많던 날
두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끙끙거리던 봄날 
생각하려고 카페에 가 앉았는데 또 생각 안하고 그린다. 

이렇게 아무 말 대잔치 처럼 그리기도 하지만,

어떤 날은 민망하거나 신나서 주저리주저리 

그림 이상으로 말하고 싶을 때도 그린다. 

따뜻했던 기억에, 너스레 떨던 나
도저히 누군지 못알아 보게 그린 그림을 혼자 멍하게 보다가. 믿기지 않지만 외국인
물론 이것도 절대 잘그리지 않았지만, 똑같지 않지만...
싸인받고 신나서 그린 그림에도 등장한다. (그렇다. 윤석철씨.. 죄송합니다. ) 


그러고 보면 머쓱해할 때 말고 

대놓고 그림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도 이 아이로 인사했던 거 같다. 

오래전, 그림엽서를 손님들에게 배포하는 안내에도 등장. 

하지만, 가장 많이 그리게 되는 건 어떤 걸로도 내가 표현되지 않을 때 

혹은 나 조차도 알지 못했던 내 상태가 쏟아져 나올 때인 듯. 

지금의 연애와 결혼 전에는 항상 가슴에 구멍이 크게 있었는데 (프로필처럼) 아직도 가끔 저렇게 베어져 있다. 


왠지 짓눌려 보여서 저 때의 마음을 지금 어렴풋이 되짚어 볼 수 있다. 
심지어 눈코잎이 없는 날도 있었다. 이 걸 그릴쯤에는 하루에 3시간도 자지 않았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도넛인간.
마음의 짐을 한껏 지고 있었나 보다. 

#도넛인간 (이라고 인스타에 검색하시면 이 그림들 모두 나와요) 

이라는 이름은 친구가 지어줬다. 

같이 있으면 큰 대화도 없이 카페에서 아무말 대잔치를 벌이기도 했고. 

일주일에 세네번은 만났지만, 딱히 한 일은 없던- 그냥 내 친구. 


별 말 안하고 또 그리고 있는 나를 보고. 

도넛인간이라고 불러줬는데, 

누구에게 이게 이제 도넛인간이야. 라고 말하진 않았지만 

내 마음속에 이 아이의 이름이 정해졌다. 

안녕, 도넛인간.



캐릭터라는 게 이런 의미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 캐릭터는 내 마음을 그리는 이 아이 도넛인간이다. "오늘도 기지개를 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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