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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bae Mar 15. 2017

4월 16일

누군가를 위한 그림 

정말 감사한 일은 뜨문뜨문 그림 의뢰가 들어온다. 

개인이 요청할 때도 있고, 브랜드나 매체 일 때도 있다.  


사실 이전에는 

나 외에 누군가를 위한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었다.

누군가가 시켜서나 무슨 일이 있어서가 아닌, 

내 그림은 온전히 그냥 내가 그리는 것이어서. 



2015년 4월 16일 새벽에 그린 그림


그런 나에게 의뢰나 내 개인이 아닌

누군가를 위한 그림을 그리게 만든 건, 이 말이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항상 일상이나 내 마음을 그리는 게 

전부였던 내 그림이었는데, 그는 내 그림들을 가만히 보고는 이 말을 하고 

이 그림을 제안했다. 


나는 새벽에 낯선 공간에서 낯선 마음으로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림은 세월호 미수습자 허다윤 양의 아버님께 허다윤 양이 안기는 모습이다.   

허다윤 양 아버님의 사진을 여러 장 검색해서 한참을 보고 앉아 있었던 그 밤,

나는 그 마음을 도저히 헤아릴 수 없었다. 


여러 달, 여러기사 속에서 그의 모습은 

시간의 속도와 무관하게 시들고 있었다.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그림을 그리는 그 새벽에 나는 누구보다도 깨어있고 누구보다도 작고, 누구보다도 아무것도 아니었다.


진심으로 다윤이가 아빠에게 와 안겼으면 좋겠다고 

감히 간절하게 기도하며 아버님의 얼굴을 다시 보고 

또다시 보고 

그림을 그렸다. 

우리는 마음을 작은 리본으로라도 걸어두는 게 아닐까. (끌어안는 팔이 노란 리본으로.)


우리 모두는 이런 마음으로 노란색 리본을 지금도 걸고 있다. 

이 그림은 MBC 페이스북 콘텐츠로 쓰였다. 

이 그림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이걸 올린 담당자는, MBC를 조금도 바꿀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그림으로 한걸음, 한 뼘 - 잴 수 있는 게 있다면 - 

딱 그 하나만큼 변했다. 


누군가를 위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한 줌의 마음 밖에는 가닿지 못하더라도, 

혹은 그 한 줌마저도 가 닿지 못해도.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다. 

작년에는 스페인에서 여행중이었지만, 그림을 그렸고.  올해도 나는 그릴거다. 



**돌이켜 보면 난 그 해에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었다. 

    14년을 마무리하며 적었던 이야기

그 때 우리 모두는 각자 할 수 있는 모든걸 했었다. 지인들의 러닝을 손그림으로 그리고는 전해드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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