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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준 Oct 23. 2023

집 나간 망나니 형제의 유산은 누구의 것일까?

아이와 차를 타고 가다 어디선가 본 질문을 던졌다. 


- 아이야 너는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

- 음.. 아니 지금도 괜찮은데 일부러 통일을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안 해도 괜찮을 거 같아요 - 

- 그렇지 통일이 되면 세금도 지금보다 더 많이 내야 하고, 문화적으로 다른 면도 많을 거고, 그럼. 이제 두 번째 질문 만약 북한 체제가 망하면 그 국토와 국민은 누가 관리해야 할까? 가까운 나라 한중일 중에 누가 관리해야 하는 게 맞을까? - 

- 그야 당연히 한국이죠 - 

-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세금도 더 많이 내야 하고, 문화적으로 다른 면도 많을 텐데? - 

- 그래도 북한에는 땅도 있고, 지하자원도 있고, 노동력도 있고 지금보다 더 발전할 것들이 많을 테니까 괜찮을 거 같아요 - 


나도 어디선가 읽은 글을 아이에게 모른 척 물어보았다. 통일을 위해 일부러 노력을 하고 싶지는 않으나 만약 북한을 흡수할 수 있다면  그 유산만은 다른 이에게 넘길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아마 지금의 대한민국 대다수의 국민이라면 이런 상황이지 않을까? 딱히 통일을 위한 노력은 하고 싶지 않으나 유산으로 남겨진다면 그것은 우리가 가져야 한다는 이런 상황. 




한 선원이 조업 중에 물에 빠져 명을 달리했고, 선주와 보험사는 사망 보험금으로 수억 원의 돈을 지급했다. 이 소식을 들은 친모가 54년 만에 나타나 그 권리를 주장하고 나타나 지탄을 받고 있다. 54년간 단 한 번 얼굴을 보지 못한 친모가 유산의 상속자라는 것. 지금의 법이다. 그리고 그 법을 개정하기 위해 국회에서는 구하라 법이 계류 중이다. 이제 인식이 바뀌어 가는 것이다. 먼 피붙이 보다 가까운 이웃에 더 정을 붙여가며 살아가는 세상이다. 더 이상 피는 물보다 진하지가 않아 졌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무엇으로 보나 북한과 비교할 대상이 아니다. 국력, 경제력, 문화적 파급력, 외교력 무엇을 비교해도 북한과 비교불가다. 지금의 우리에게 북한은 가문의 고집부리는 동네 건달 양아치 수준의 인식에 가깝다. 딱히 어울리고 싶지가 않은 상대다. 교과서로만 전쟁을 배우고, 태어나면서부터 남북이 분리되어 있던 게 익숙했던 세대들이다. 이제 전쟁을 경험했던 국민은 20%가 채 되지 않을 것이다. 전 국민 5명 중 4명은 전쟁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 그들에게 북한은 한민족이란 감이 오지 않는 게 당연한 것이다.  처음부터 다른 나라였고, 지금도 다른 나라이기에 굳이 망나니 동네 양아치를 끌어안을만한 이유를 찾기 어려운 것이다. 갱생도 어렵고, 함께 산다고 해도 그간의 간극을 메우려면 평소보다 몇 배의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이 눈에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동네 양아치가 사고로 명을 달리하면서 유산을 남긴다면 우리는 그 유산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 우리 가문의 피가 흐르기 때문에 누구보다 더 그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지금의 남북 관계를 평가할 수 없다. 안 좋은 것은 알겠다. 서로 등 돌리고 소 닭 보듯이 아닌 외나무 원수로 보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알겠다. 그런데 서로 무엇을 하려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내가 보기엔 집안의 망나니 뭘 하든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저리 살다 사라지길 바라는 것 같다. 그게 맞는지 틀린 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북한이 무너지면 가장 먼저 그 권리를 주장할 나라는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잘 안다. 우리는 포기할 수 없는 한민족이니까. 



예전 직장에서 구하라 씨를 만난 적이 있다. 회사의 이벤트 모델로 구하라 씨를 섭외했고, 광고는 나름 선방을 했다. 그녀는 환하게 웃을 줄 알았던 사람이고, 참 가녀린 사람이었다. 그녀의 의상을 보고는 정말 사람이 입을 수 있는 사이즈인지 동료들과 놀라며 웃곤 했다. 그리고 친절한 사람이었다. 그녀가 유명을 달리했을 때 속으로 많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그 후에 벌어지는 유산을 노리고 20년 만에 친모가 나타나 유산의 소유권을 주장했을 때 안타까움을 너머 화가 났다. 


우리는 남과 북을 한민족이라 부른다. 다른 말로 한 핏줄이라는 것이다. 한 가문의 가문이며, 형제라는 의미다. 우리는 지금 형제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 걸까? 문득 구하라 씨의 친모처럼 굴고 있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번외

정치글을 잘 적지 않습니다. 게다가 구하라씨의 사연과 남북관계가 완전히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논리적이나 감정적인 비약이 심하다면 제 필력이 부족한 탓입니다. 조언해 주신다면 바로잡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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