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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섬게임은 한쪽의 득과 다른 쪽의 실을 합하면 0 이 되는 상황을 뜻한다. 저잣거리의 농담으로 거세를 하고 득음을 하는 경우를 제로섬 게임에 비유하기도 한다. 꽤 날카로운 비유일지 모른다.
제로섬 게임은 공정한 것일까? 아니 공정이라기보다, 정말 이전의 상황과 이후의 상황이 같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시각에 불편함을 겪는 사람들은 청각이 좀 더 예민해진다고 한다.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생태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시력이 나쁜 동물들은 후각이나, 청각으로 부족한 시각을 보완한다. 천적으로부터의 방어를 가능케 한다. 어두운 밤하늘의 박쥐는 시력보다 초음파까지 들을 수 있는 청력이 발달되어 있고, 뱀은 후각이 월등한 반면 시력은 이에 못하다.
제로섬 게임의 묘미는 수치상 같아 보이는 결과를 보이지만 두 개의 상황을 각각 비교했을 때 그 쓰임이 다르다. 박쥐는 시력과 청력이 두루 평범한 다른 조류에 비해 모자라는 시력과 뛰어난 청력을 지니고 있다. 모자란 부분과 넘치는 부분을 모아 그 불편함을 상쇄시키고 있다. 그래서 제로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낮동안의 박쥐는 사냥을 하지 못한다. 먹이가 되는 것들의 뛰어난 시력을 박쥐는 극복할 수 없다. 박쥐가 힘을 발휘하는 시간은 시력이 힘을 발휘 못하는 어둠이다. 어둠 속에서 박쥐는 초음파로 먹이의 위치를 파악하고 어둠 속에 숨어 사냥을 한다. 이때 먹이의 시력을 힘을 쓰지 못한다. 제로섬의 관계가 놓인 상황에 따라 물고 물리는 상관관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시력이 뛰어난 동물들은 햇빛을 등에 업고 그들의 가진 힘을 발휘하며, 소리나 냄새에 민감한 동물들은 몸을 숨길 수 있는 어둠을 택한다. 특정한 상황이 전제되었을 때 각각의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시각을 잃은 사람이 청력에 민감해졌다고 해도, 주변에 소음이 가득한 공사장이나 길거리에서의 활동은 어렵다. 청력을 잃은 사람은 아무리 뛰어난 시각과 후각을 가졌다 해도, 음악을 할 수 없다. 특별한 상황으로 얻은 특별한 능력은 그 쓰임에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인간은 각각의 제로섬 게임을 가지고 있다. 평범한 인간은 잘하는 것도 있고, 못하는 것도 있다. 그래서 평범하다. 평범한 인간이 평범하지 않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 평범하지 않음을 살릴 수 있는 환경을 찾아야 한다. 박쥐가 어둠 속에 숨어들고, 독수리가 높은 하늘에서 선회하는 것은 그들이 가진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찾은 최적의 장소인 것이다.
같은 생수가 편의점과, 벌크샵과 산정상에서 각각 지불해야 할 비용이 다른 것은 그들이 놓인 장소에 따른 가치의 차이다. 본질이 변하지 않았지만 환경에 따라 그 가치는 몇 배로 달라질 수 있다. 지금의 당신이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것은 당신이 가진 가치를 살릴 수 있는 장소가 아닐 수 있다. 당신이 존중받는 삶을 살고 있다면 어쩌면 그곳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는 것이 답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제로섬 게임으로 평균치의 능력을 가지고 있게 되었지만, 모든 환경에서 제로섬게임의 결과가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남들보다 조금은 다른 능력을 조금 더 잘 발휘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 당신의 꿈을 이루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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