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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준 Oct 09. 2023

칼을 강화할까? 방패를 강화할까?

https://brunch.co.kr/@ryansmchoi/288


얼마 전 아시안 게임 축구가 3연패를 했다. 참 재미난 경기였다. 어떤 경기건 한일전 타이틀을 붙이는 순간의 긴장감은 배가 되며, 결승전이야 더 말할 것도 없고, 게다가 역전승의 짜릿함까지 갖춘 재미난 경기였다. 2002년도 월드컵 4강 주역 황선홍 감독이 잘 준비를 해왔다는 앵커들의 멘트가 낯간지럽기도 하지만 오늘 같은 날이면 충분히 칭찬받을만하다. 결승전뿐 아니라 예선부터 꽤 화끈하면서도 탄탄한 수비까지, 아시아의 맹주로 다시 자리 잡는 듯했다. 


감독이라면 매 경기 고민이 많은 것이다. 잘하는 것을 더 잘하도록 해야 할까. 부족한 부분을 보강을 해야 할까. 그 벨런스를 어떻게 맞추어야 할까. 경쟁의 기본 전략은 내가 잘하는 방식으로 상대방의 약한 부분을 공량 하는 것이다. 빠른 발을 무기로 역습 찬스를 노릴 수도 있고, 단단한 빗장 수비로 상대방의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우리는 유한한 자원을 가지고 있다. 이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단단한 빗장 수비로 상대방을 옭아매고, 송곳 같은 공격력으로 득점을 올린다면 정말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어떤 것에 집중을 해야 할지 선택을 해야 한다. 그 유한함 속에서 각자의 선택으로 각 팀의 개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잘하는 것 혹은 좀 더 쉽게 배우는 것과 못하는 것 혹은 배우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각자의 선택이다. 부족한 부분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것이고, 야망이 있는 사람이라면 잘하는 부분을 극대화시키려 노력할 것이다. 전자와 후자의 선택에 정답은 없다. 선택이 모두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단점을 극복했기에 차후에 장점을 더 잘 살릴 수도 있겠지만, 다른 이는 단점을 극복하느라 장점을 키워줄 체력과 시간을 낭비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장점을 키운다고 해서 그 장점이 최고의 수준까지 오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선택의 과정일 뿐 결과까지 장담해 주지 못한다. 


선택에 있어 우리는 자신 스스로의 결정뿐 아니라 주변의 영향을 간과하지 못한다. 한국의 수능은 학생들의 인생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시험이다. 이 시험엔 만점이 정해져 있다. 잘하는 과목은 만점 이상으로 점수를 얻을 수 없기에 부족한 과목에 힘쓸 수밖에 없다. 한국의 교육은 이런 식으로 반세기 이상 흘러왔다. 만점이 있는 시험의 줄서기. 이 줄서기에서는 잘하는 것도 더 극한으로 노력할 필요 없다. 일정 수준의 이상의 노력은 재능의 낭비일 뿐이다. 우리는 특출한 완벽함 보다 평균의 완벽함을 추구해 왔다. 한국은 겸손을 미덕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 본의 아니게, 장점은 미천한 재주라 포장하며, 모자란 부분을 채우는 것에 노력을 다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교육이 모자람 없는 보통의 인재를 만들어 내지만 특출 난 개성 있는 인재를 키워내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대한민국의 교육은 장점 개발보다, 단점 극복에 더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장점과 단점 어떤 부분을 개발하고 보완할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그 선택으로 우리는 목표로 가는 방법을 달리할 뿐이다. 어떤 선택을 한다고 해서 인생에 있어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지 않다. 그 둘 모두 인생에 있어 성공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성공의 길이 더 쉬워질 리 없으며, 그에 따르는 난관과 장애물은 그 수가 변하지 않는다. 어떤 선택은 쉬운 초반과 어려운 중후반을 다른 선택은 어려운 초반과 쉬워진 중후반을 경험하는 정도의 차이일 것이다. 이 역시도, 어느 버전이 더 매운맛인가의 차이는 없을 것이다. 인생이라는 것이 뭐 하나 쉬운 길이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익숙히 알고 있으니까. 


방법의 선택은 우리가 마지막 휘슬이 울리기 전에 경기를 포기하지 않기 위함이다. 선택에 따라 달리 따라오는 어려움의 구간은 다르다. 방법의 선택은 그 어려움의 구간을 잘 넘기기 위한 개인의 선택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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