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준 Dec 15. 2023

사람이 가진 나이테는 어떤 모양일까?

겨울이 추운 이유는 나무에게
멋진 나이테를 만들어 주기 위함이다.

고통은 흔적을 남긴다. 몸에 난 상처는 흉터를 남기고, 가슴에 새겨진 상처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남는다. 우리는 이것은 경험이라고도 하고, 흔적이라고도 한다. 계절이 똑같은 나라의 나무에는 나이테가 없다. 단단해져야 할 부분도 필요 없고, 멋지게 자라야 할 시기도 필요 없다. 어제와 같은 오늘처럼, 오늘과 같은 내일을 살아가면 된다. 하지만 봄이 있고, 여름이 있고, 겨울이 있는 나라의 나무들은 몸에 흔적을 새기며 살아간다. 뜨거운 햇살과 시원한 물이 많은 계절엔 마음껏 줄기를 위로 옆으로 뻗어며 자라 가고, 혹독의 추위에는 가장 단단한 몸으로 움켜쥐며 버티며 살아간다. 이 모든 성장과 흉터가 고스란히 나이테에 남는다. 나이테는 나무의 단단함이며, 어려운 시절의 흉터이자, 어떻게 살아왔는지의 흔적이다. 


나이테는 나무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게도 나이테가 있다. 다행인 것은 사람의 나이테는 나무처럼 베어내야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옆에서 관심 있게 지켜만 봐도 알 수 있는 나이테를 사람은 가지고 있다. 사람의 나이테는 셀 수는 있지만 볼 수는 없다. 나무처럼 몇 번의 겨울을 지났는지, 몇 번의 여름을 거쳐 자랐는지 사람의 나이테로는 알 수 없다. 대신 사람의 나이테는 내 곁을 그 사람에게 내어주어도 될지 아닐지를 알려준다. 


첫 번째 나이테는 표정이다. 힘든 일을 경험하고 극복한 사람은 표정에서 알 수 있다. 이 나이테는 쉽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쉽게 분노하지도, 즐거워하지도 않는다.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쉽게 얼굴을 붉히지 않으며,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다스린다. 곁에선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으로 영향을 주려 하지 않는다. 


두 번째 나이테는 언어다. 상대방에게 쉽게 말을 놓지 않고, 상대방의 말을 주의 깊게 듣는다. 사회적 지위로 상대방을 부리지 않으며, 타인의 말에 쉽게 행동하지 않는다.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한 것으로 언어의 차이를 두지 않는다. 어린 사람을 대할 때도 존중의 언어를 사용하며, 거친 상대에게도 같은 언어로 응수하지 않는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 존중의 언어를 사용한다. 


세 번째 나이테는 표현이다. 기쁨과 슬픔뿐 아니라, 설렘과 분노의 표현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감정에 결정을 좌우하지 않으며, 분노에 행동하지 않는다. 


네 번째 나이테는 행동이다. 자신이 가진 것과 상대방이 가진 것으로 차별의 행동을 하지 않는다.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한 것을 구분할 줄 알지만, 차별하지 않는다. 내가 가진 것들을 나눌 줄 알며, 가진 것에 대한 소중함을 알기에 낭비하지 않는다. 


다섯번째 나이테는 자제력이다. 술과 담배등 기호품에 쉽게 자신을 내어주지 않는다. 즐기되 침식당하지 않는다. 사람들과의 모임을 즐기지만, 과음으로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을 내뱉지 않는다. 담배를 피우되, 담배를 피우기 위해 자리를 비우지 않는다. 스스로 자제하고, 콘트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의 나이테는 깊이를 헤아리기는 어렵다. 나무처럼 켜켜이 쌓인 나이테를 읽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인간의 나이테는 곁에 두고, 깊이 보아야 헤아릴 수 있다. 촘촘한 나이테를 가진 나무가 단단하듯 사람의 나이테도 깊이가 있을수록 단단한 성품을 지닌다. 나의 나이테를 단단하게 만드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나이테를 헤아리는 것도 중요하다. 나의 나이테는 세상으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잡아 줄 수 있다. 바람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나무가 되는 것이다. 좋은 나이테를 지닌 사람을 내 곁에 둔다면, 좋은 숲을 이루는 것과 같다. 좋은 나이테를 가진 나무들이 모인 숲은, 큰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쉽게 뿌리 뽑히지 않으며, 주기적으로 달콤한 과수를 내어줄 것이다. 좋은 나무가 되는 것만큼 좋은 숲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다. 







안녕하세요 성준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글을 쓰고 있습니다. 



월/화/수/목/금 :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화요일 : 동생은 죽었고, 나는 살아있다.

목요일 : 짐은 민박집에 두고 가세요

금요일 : Daddy At Home

비정기매거진 : 관찰하는 힘 일상을 소요하다

연재 중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의 무난한 삶을 위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