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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준 May 22. 2019

클러치

밟고 싶다 밟아도 소용없다.

모두 같은 기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지금에야 오토매틱 자동차가 거의 대부분이지만 밀레니엄 시대를 시작한 2000년 무렵에도

스틱으로 기어를 변경하는 자동차들이 많았다. 지금도 운행 중에 기어봉에 손을 얹어놓는 사람들이 있는데 소싯적 수동 기어 변속을 좀 해본 드라이버일 확률이 높다. 오토매틱 기어 변속이 점차 고도화되면서 연비절감의 장점이 있었던 수동 기어는 점차 설자리가 사라졌고, 이제는 소비자들 대부분 오토매틱 기어를 선택하고 있다.


수동 기어를 몰아 본 사람들은 몸으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속도의 변화에 맞게 기어를 넣어 주어야 자동차의 가속이 붙고 무리가 가지 않는다는 걸 말이다.


1단이나 트럭 같은 경우는 2단 기어에서 서서히 출발하여 속도가 3-40 킬로 미터가 넘어갈 때 즈음 클러치를 밟아주고 기어를 재빠르게 넘겨주어야 한다. 다시 클러치를 떼고 가속페달을 밟아주면 아까와 같은 힘으로도 더 빠른 주행을 할 수가 있었다. 브레이크, 클러치, 액셀레이터 3개의 페달과 함께 오른손으로 1단부터 후진기어까지 넣어주느라 수동의 운전법은 손발 모두 바쁘게 움직여야만 했다.


수동 운전 시 가장 중요한 건 속도에 맞는 기어 변속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 출발 시 1단 기어로 넣는 이유는 속도는 느리지만 무거운 자동차의 마찰계수를 넘기기 위한 가장 큰 힘이 필요해서이다. 마찬가지로 8-90킬로미터 초과의 고속주행 시에 저속 기어를 넣게 되면 차체 변속기에 무리가 가게 된다. 속도에 맞지 않는 기어 변속은 정상적인 차량 운행을 할 수 없다.



인생을 살다 보면 문득 세상을 다른 속도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같이 출발한 동기들은 이미 저만큼 앞선 듯 멋지게 질주하고 있는데 나만 저속 기어로 느림보 운행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물론 내가 잘 나가고 있는 때는 이런 생각이 들리 없겠지만, 굴곡 없는 삶이 어디 있을까? 산이 깊으면 골이 있듯 인생에 있어 주춤한 때가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굴곡 중에 있을 때, 진창에 빠져 삶의 속도가 늦어질 때 아무리 고속 기어로 탈출하려 노력해봐야, 속도는 나지 않고, 힘만 더 들 수 있다는 것이다. 나와 같은 출발의 동기가 5-6단 고속 기어로 승승장구한다고 해서, 나도 그와 같은 기어로 달리려 한다는 건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 지금 내 속도가 그와 같지 않기 때문이다.


굴곡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가장 큰 힘이 들지만 가장 속도가 낮은 저속 기어가 필요하다. 하는 노력에 비해 속도가 나지 않는다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출발부터 고속 기어로 출발할 수 없는 것처럼, 잠시 멈추었다가 혹은 주춤했다가 다시 달리기 위해서는 잠시 느린 속도를 버틸 인내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기억하자 그 속도로 달리기 시작해야, 곧 더 빠른 속도로 달리기 위해 클러치를 바꿀 시간이 찾아온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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