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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준 May 21. 2024

하루에 얼마나 하세요? 고맙다는 말.

언제였을까요? 안녕하세요라고 크게 소리 내어 인사를 해본 적이. 어린 시절 동네에서 어른들을 보았을 때 소리 높여 인사를 하고, 사회생활 초년생일 때 큰 소리로 안녕하십니까? 를 외쳐본 게 마지막인 것 같아요. 내가 나이가 들어 이제는 인사를 받는 횟수도 적지 않는 때가 되어서 그런가요? 그렇다면 누군가는 나에게 안녕하십니까? 를 크게 외쳐 주어야 하는데 요즘은 들어보는 횟수도 거의 없거든요. 아마도 인사방법이 조금 달라진 것인지도 몰라요. 


요즘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사람에게 "안녕하세요"란 인사를 나누는 것도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내릴 때면 가볍게 목례를 하고 내리곤 하는데 목소리는 잘 나오지가 않네요. 이웃인지 아닌지도 애매해 보이기도 하고, 또 상대방이 부담스럽게 느낄까 고민도 됩니다. 워낙 흉흉한 세상이다 보니 혹 여성분들이 흠칫 놀라시진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내성적인 40대 중반의 아저씨라 누군가에게 먼저 살갑게 다가가 인사를 나누는 것이 꽤나 힘든 일이 되었습니다. 매일 마주치는 사람들에게는 이제는 어느 정도 기계적으로 인사를 나누곤 합니다. 직장에서나, 아이의 등하원 시간의 학부모들이 그래요. 


그런데 점점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이 줄어든 긴 한 것 같아요. 예전처럼 사람이 만나야 이야기가 오고 가던 세상은 지나가고, 비대면으로 얼마든지 안부를 묻고, 관계를 이어가고, 일처리를 하는 세상이 오다 보니 소리 내어 인사하는 일이 더 줄어든 것도 같네요. 저는 초등학교로 개명한 1회 졸업생입니다. 그때만 해도 학교에서는 수업 전에 반장이 일어서 "차렷! 경례"를 하면 다 같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했었는데.. 지금도 학교에서 그렇게 하고 있을까요? 인사법마저 달라져가는 세상이 조금 아쉬운 감은 있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그렇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지요. 


솔직히 제가 걱정하는 것인 "안녕하세요"란 인사말이 아니에요. 그보다 더 듣기가 어려운 말이 있네요. 요즘은 "고맙습니다"란 이야기를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내 직장에서나, 같은 동네의 이웃들과는 그래도 고맙다는 말을 나누고 살지만, 때때로 우리가 모르는 사람에게서 받는 배려들이 있잖아요. 왜 그런 것들이요 


앞에서 먼저 걸어가던 사람이 닫히는 현관문을 내가 올 때까지 잡아 준다던가. 

물건을 사고팔 때면, 으레 껏 인사로 나누던 고맙다는 말들 

식당에서 배부르게 식사를 하고 나서는 돈을 내는 사람 한 테가 아닌 식당에 잘 먹었다는 인사 같은 것들. 

양이 많은 분리수거박스를 몇 걸음 먼저 나서서 받아주시는 경비 아저씨에게 

우리 집에 배달을 오는 택배기사나, 배달 기사분들께.


우리는 고맙습니다란 말을 잘 못하는 것 같아요. 평소에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인사를 드리는 게 부끄러워서일까요? 아니면 그들이 돈을 받고 하는 경제적 활동이고, 나는 충분한 대가를 지불한 사람이기에 이런 서비스와 대접은 당연하다고 느껴서일까요? 정답은 불분명하지만 우리는 "고맙습니다"란 말을 잘하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는 건 분명한 것 같아요.



세상은 참 감사할 일이 많아요. 지금의 내 삶은 나 혼자서만 완성시켜 놓은 것이 아니잖아요. 누가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 지금을 살고 있을까요? 저는 단언컨대 혼자서 살아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무리 재벌가의 사람이라도 혼자서 모든 일을 다 할 수 없어요. 물론 그 대가를 지불하며, 정당한 서비스를 받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사람이 하는 일에는 항상 플러스알파의 묘수가 존재합니다. 


그 옛날 백정에게서 고기를 사던 시대가 있었지요. 한 양반이 백정에게 말했습니다. 

"야 이놈아 소고기 한 근 썰어보거라. 싱싱한 놈으로"

"예 나으리. 알겠습니다."

다른 양반이 또 백정에게 말합니다. 

"여보게 김서방, 나도 소고기 한 근 썰어주시게."

똑같은 고기를 주문했지만 나중에 온 양반의 고기가 누가 봐도 더 커 보였고, 처음 온 양반이 화를 내며 물었죠

"야 이놈아 똑같은 고기 한 근인데 어째서 이리도 차이가 나는 게냐?"

"아이고 어르신, 어르신의 고기는 야 이놈아가 썰어온 고기고, 저 양반님의 고기는 김서방이 썰어내 온 것이라 다를 수밖에요"


좋은 결과를 위해 공손함을 취하자는 것은 아니에요, 그러나 공손함과 감사함은 인간관계의 윤활유와도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거죠. 사람이 하는 일들인데 좀 더 원활하게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잖아요. 


감사함을 표현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수고를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지금 내가 누리는 소소하고 작은 행복들도 타인의 수고와 고생을 통해서 이뤄지는 것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입니다. 그런 대상에게 감사의 인사를 나누는 것은 큰 비용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저 작은 인사말이면 충분합니다. 그 작은 인사말이 큰 도움이 되어 돌아오기도 하고, 기분 좋은 하루가 되기도 합니다. 


갑자기 하지 않던 인사말을 크게 하기엔 낯설 수도 있어요. 그래도 어때요. 점심 식사 후 식당에서 작은 목소리로 "잘 먹었습니다"를 문을 잡아주시는 낯선 이에게 살짝 "고맙습니다"를 작은 목소리로 나눠 볼 수 있잖아요. 그렇게 시작하는 거지요. 


세상에 어떤 사람도 나의 수고를 알아주고 그 마음을 표현해 주는 사람에게 모질게 대할 사람이 있을까요? 감사의 표현. 작은 인사말은 하루를 좀 더 평안하게 만들어주는 작은 주문 같은 것인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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