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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 완성되는 귀티

귀티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완성된다

by 성준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익숙한 향이 코끝을 스친다. 누구의 것인지 모르지만, 이 공간을 지나간 누군가의 흔적일 것이다. 문득, 향기로 사람을 기억할 때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얼굴은 또렷이 떠오르지 않아도, 그 사람이 풍기던 은은한 향기는 머릿속 한구석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우리는 보통 사람을 떠올릴 때 시각적인 것부터 기억한다. 어떤 옷을 입었는지, 헤어스타일이 어땠는지. 하지만 정작 깊이 남는 것은 때때로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향기처럼.


귀티 나는 사람은 단순히 세련된 옷차림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이 남기는 분위기까지도 신경 쓴다. 그리고 그 분위기는 시각적인 요소를 넘어, 공기 속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향기까지 닿아 있다.



향기가 만드는 기억


어떤 공간에 들어섰을 때, 순간적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 공기가 가볍고, 향기가 부드럽게 퍼지는 곳. 반대로, 향이 너무 강하면 답답하고 불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어떤 이는 곁에 오래 머물고 싶게 만들고, 어떤 이는 가까이 다가갈수록 부담스러워진다.

향기는 단순히 후각만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다. 후각은 우리의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부분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특정한 향을 맡았을 때 감정이 동요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 좋아했던 사람의 향수가 다시 코끝을 스치면 그때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처럼, 향기는 감정을 움직이고 분위기를 결정짓는다.


귀티 있는 사람들은 향을 다루는 방식도 다르다. 그들의 향기는 결코 강하지 않다. 굳이 가까이 다가가지 않아도 묘하게 남고, 지나간 자리에도 흔적처럼 스며 있다. 그러나 그것이 거슬리거나 인위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원래 그 사람의 분위기인 것처럼 자연스럽다.

사람은 눈으로만 기억하지 않는다. 향은 감각을 건드리고, 감각은 기억을 만든다. 어떤 향이 떠오를 때, 우리는 그 향과 함께 그 사람의 분위기, 말투, 그리고 함께했던 시간까지도 함께 떠올린다. 귀티는 결국 이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향수는 단순한 치장이 아니다


고급스러운 향수를 사용한다고 해서 귀티가 나는 것은 아니다. 향은 단순히 뿌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대한 태도다. 좋은 옷을 입는다고 해서 무조건 세련돼 보이지 않는 것처럼, 향도 마찬가지다. 자신과 어울리는 향을 찾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녹여낼 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귀티 있는 사람들은 보통 자신만의 향을 가지고 있다. 트렌디한 향수를 마구잡이로 바꾸기보다, 오랜 시간 동안 자신과 어울리는 향을 찾아 그것을 몸에 익힌다. 그런 사람에게서는 '이 향을 맡으면 그 사람이 떠오른다'는 이야기가 절로 나온다. 향이 하나의 정체성이 되는 순간이다.


향수도 분위기에 따라 다르게 연출할 줄 알아야 한다. 밝은 낮에는 가벼운 플로럴이나 시트러스 계열이 자연스럽고, 저녁이 되면 조금 더 무게감 있는 우디 계열이 어울린다. 너무 강하지 않게, 손목이나 목덜미에 가볍게 묻혀두면 시간이 지나면서 은은하게 퍼진다.

향은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니다. 누군가와의 첫 만남에서 느껴지는 분위기,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사람들의 공통점 속에 늘 향기가 있다. 좋은 향은 단순히 기분을 좋게 만들고 마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품격을 보여주는 요소가 된다.



향기를 다루는 태도, 삶을 대하는 태도


향기는 단순히 몸에 뿌리는 것이 아니다. 귀티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머무는 공간까지도 향기로 관리한다. 옷장에는 은은한 향주머니를 넣어 옷마다 부드러운 향이 스며들게 하고, 집 안에는 부담스럽지 않은 룸 스프레이나 디퓨저를 활용한다.

침구나 커튼에도 가벼운 향이 배어 있으면 공간 전체가 부드럽게 감싸지는 느낌이 든다. 손을 씻을 때 사용하는 핸드워시 하나도 향에 따라 기분이 달라질 수 있다. 작은 차이지만, 그 차이가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향수를 뿌릴 때도, 공간을 정리할 때도, 귀티 있는 사람들은 '과하지 않음'을 원칙으로 한다. 향을 관리하는 습관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자신이 머무는 공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다. 귀티 나는 사람은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까지도 우아하게 가꿀 줄 안다.



귀티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완성된다


우리는 앞서 독서를 통해 내면을 다듬었고, 스타일을 통해 외면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제 그 정돈된 태도를 완성하는 마지막 터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진다.

향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를 증명한다. 어떤 사람은 향만으로도 기억되고, 어떤 공간은 향으로 인해 따뜻한 분위기를 만든다. 귀티 있는 사람은 단순히 멋을 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남기는 흔적까지도 신경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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