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밤에 잠을 못 자고 뒤척거렸다. 9시면 나를 제외한 나머지 네 가족은 잠자리에 든다. 태교를 잘 한 엄마 덕일까? 아니면 아침형 인간의 엄마 유전자일까? 아이들 모두 새나라의 어린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나는 올빼미다. 밤이 늦어야 초로롱 눈을 밝히고 머리가 핑핑 돌아가는 올빼미. 그래서 밤은 내 시간이다. 물론 아침에 늦게 일어난다고 - 난 늦어도 6시 30분이면 일어난다. 그래도 우리 가족 중 제일 늦은 기상이다. - 잔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려 노력한다.
평생에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 남겨보는 게 소원이던 나는 늦은 시간 끄적끄적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직 창피해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일은 못한다. 필명을 쓰고, 익명의 공간에서 혼자 웃음 짓고 있는 정도다. 이것저것 써보지만 어렵다. 그중 제일 어려운 것은 꾸준하게 쓴다는 것이다.
가끔 브런치를 돌아보면 2000여 편이 넘는 글을 쓰신 작가분도 계신다. 2000여 편?이라 가히 그 시간과 노력이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스스로 돌아보는 나의 가장 큰 단점은 꾸준함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바위를 뚫는 것은 물의 힘이 아니라 꾸준함이다
나는 이걸 못한다. 그래서 결과물이 적다. 아니 없다. 공인중개사 공부도 했다가. 법무사 공부도 했다가. 전기 기능사 공부도 해봤지만 어느 하나 자격증을 따 놓은 것이 없다. 아주 신기할 정도로 시간을 헛되이 보냈다. 그 어떤 말이 변명이 될까? 근사한 말로 포장해 봐야 저 위에 달린 신포도일뿐이며, 핑계 많은 무덤일 뿐이다. 그런 내 모습이 와이프도 이제는 넌더리가 났는지도 모른다. 늦은 밤까지 무언가를 하고 있는 모습에 일찍 자라 타박을 한다.
- 글... 좀 써보려고... -
- 아이고 한량 나셨네... 나는 또 자격증 공부라도 하는 줄 알았네. 내가 스케치업 공부 좀 하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그건 언제 배우실 건데? 그런데 글을 쓴다고? 야~ 나도 그림 좀 그려보고 살고 싶다. 정말 진짜 가지가지한다. -
순간 얼굴이 홍당무처럼 달아올랐고, 내 자존심은 저 밑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무언가 대차게 되받아치고 싶지만 맞는 말이다. 감정적인 말 말고는 정말 입이 열개여도 입을 열어서는 안 된다.
하루 종일 풀이 죽어 멍하게 보내다 내가 쓴 글들을 읽어본다. 내가 쓴 글을 혼자서 빙긋 웃으며 읽다가 심각해하며 읽다가 피식 실소도 보내며 읽는다. 이래 저래 쓴 글들을 읽다 보면 웃음이 난다.
- 재미가 없네... 정말... -
내 글을 좀. 그렇다. 재미도 없고, 탁 하는 반짝함도 없다. 분명한 사실 하나는 나에게 글쓰기를 잘하는 재능 같은 건 없다는 것이다. 가끔 인터넷에 떠 도는 글들을 읽을 때면, 햐하는 소리가 절로 나기도 한다. 대단한 깨달음이나 주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되게 시시콜콜한 연애 이야기, 사는 이야기 소위 말하는 썰들을 풀어가는 이야기인데 난 그걸 또 끝까지 읽고 있는 걸 보면 잘 읽히는 글을 쓰는 재능은 따로 있는 거처럼 보인다.
나는 재능도 없고, 여건도 되지 않는다. 해야 할 일들이 많고, 전념할 수 있는 조건은 아니다. 나의 객관적인 상황이 얼마나 글을 쓰기 불리한 지는 모르지만, 나는 나 스스로 주관적인 불리함 속에 나를 포지셔닝했다. 그렇게 핑계를 대고 있고, 그래서 항상 스스로 다짐을 해야 한다. 나는 작심삼일 형 인간이라 삼일마다 한 번씩 깨우치지 못한다면 또다시 예전 같은 패턴으로 돌아갈게 뻔하다. 이제 믿을 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저기 위해 써놓은 단 한마디 문장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내 글은 재미가 없다. 재미없는 글이 재미가 있어지려면 끈기가 더 필요하다. 재능 따위는 찾기에 늦었고, 되는대로 써지는 대로 접지 않고, 꾸준히 써보는 수밖에 없다.
나중에 소원대로 이름으로 된 책이 나온다면, 와이프한테 선물해야지...
이게 그 가지가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