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준 Sep 26. 2023

험담하기

네. 오늘은 험담을 좀 할까 합니다. 

물론 주어는 적지 않겠습니다. 뒷감당은 자신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아주 디테일한 이야기까지는 하지 못할 거예요. 그러다 내용이 특정되고, 이 글이 본인의 이야기임을 알게 된다면... 어이쿠.. 생각도 싫습니다. 

디테일을 살릴 수 없으니. 보편적이고 좀 큰 그림에서 말하고자 합니다. 


그래요 당신이 수고하는 거 압니다. 그렇다고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우리도 감정이 있고, 생각이 있고, 상처받는 사람들이라구요. 물론 내가 부족함도 압니다. 그렇다고 그렇게 대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네?? 그러지 않으면 된다구요? 본인을 화나게 할 행동을 하지 않으면 해결이라구요? 물론 그 말이 틀린 건 아닌데... 우리는 그렇게 행동할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왜 우리는 그렇게 하면 안 되나요? 


아....


디테일을 빼고 나니 험담이 되지가 않네요.. 이거 원... 글을 쓰면 쓸수록 자기 반성문이 될 것 같은 기분에 더 이상 험담을 하면 안 되겠습니다. 정말 크게 보니...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보이는데.. 왜 나의 인생은 항상 아슬아슬할까요? 감정과 사고의 변곡점은 항상 디테일에 있나 봅니다. 




나는 감정 소모를 싫어한다. 아니 싫어하게 되었다. 되도록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일을 만들지 않으려 한다. 적당한 거리를 두어 내가 정한 경계 바깥에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정하고자 노력한다. 그러면 딱히 신경 쓸 일이 없다. 적당히 인사를 나누고 아이에 대한 안부를 물으며, 일에서는 날씨나 집값, 정치 이야기로 수다를 떨곤 한다. 하지만 딱 그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고자 한다. 더 친밀한 거리는 부담스럽다. 원래 그랬던 건 아니다. 어린 시절 학급 임원을 끊임없이 했고, 20대에는 적지 않은 여흥을 즐기며,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일을 탐닉하던 시절마저 있었으니. 이런 모양새가 태생이라고 말하긴 조금 어려울 것 같다. 나는 그렇게 새로운 관계를 맺는 일을 곧 잘했고, 그들과 꽤 빠르고 깊게 일상을 공유하고, 감정을 공유하곤 했다. 나는 공감형의 인간이었다. 물론 지금도 공감형의 인간이다. 단지 지금은 타인의 감정과, 생활에 공감하면서 얻게 되는 부수적인 생산물들을 처리하는데 기력이 모자를 뿐이다. 함께 느끼는 것으로 공감이 완성되지 않는다. 그 완성은 그 이후에 다가올 일들에 대한 같은 대응으로 이어져야 비로소 완성된다. 회사일로 상처받은 연인의 감정에는 함께 회사 상사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으며, 매운 떡볶이나, 치맥이라도 함께 해야 완성된다. 친구의 승진에는 함께 축하주를 마셔주어야 하며, 이별에는 두 어시간쯤 노래방에서 함께 소리를 질러주어야 공감이 완성된다. 대응이 동반되지 않는 공감은 출구가 없는 댐과도 같다. 출구가 없는 사해는 소금기를 배출하지 못해 그 농도가 짙어져 더 이상 생물이 살 수 없는 바다가 되었다. 함께 대응하지 않는 관계는 그 감정이 그대로 침전된다.


 타인의 스트레스마저 자신의 것으로 차곡차곡 쌓아 놓곤 한다. 


때로는 타인이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 일도 뻘이 되어 나의 발걸음을 잡고 있곤 했다. 적절한 시기에 해결하지 않은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알약을 필요하게 만든다. 감정의 문제는 그 문제 자체도 중요하지만 어떤 시기에 발생한 일이냐에 따라 손가락으로도 막을 수 있고, 때로는 포크레인으로도 막지 못한다. 나는 한 때 그 시기를 구별하는 판단력이 부족했고, 꽤 깊은 상처를 받곤 했다. 그리고 어렵고도 힘겹게 그 상처를 받아들였다. 어쩌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는지 모른다.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대신 회피의 스킬을 쓰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나는 지금 문제를 만들지 않기 기술을 쓰고 있다. 사해로 들어오는 소금기를 어찌할 수없기에 사해로 물줄기가 들어오지 못하게 입구를 가리고 있는 셈이다. 




네. 오늘도 저는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못해요

해결할 방법도, 자신도, 아직 부족한가 봅니다. 

그래서 갈등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싶어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문제를 만들지 않기를 결정하죠 

내가 타인에게 맞추고, 

타인의 기준을 받아들이고, 

나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 

갈등의 진폭은 작아져요. 그나마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근데.. 그러면.. 나의 감각과 감정을 조금은 내 스스로 무시해야 해요.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보다. 

갈등이 벌어지지 않는 선택을 해야 하는 거죠..

근데. 괜찮아요

그것보다.. 나는 아직 갈등이 더 무섭거든요. 

작가의 이전글 데프콘에게 바치는 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