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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준 Oct 05. 2023

꿈도 아닌 것이 꿈을 닮은듯한 - 비몽사몽

어젯밤 꿈이야기

어젯밤에는 꿈인지 잠결의 상상인지 모를 끔찍한 일들이 머릿속에 맴돌아 잠을 설쳤다. 

나는 아내와 세 아이가 있다. 

내 꿈인지 망상인지 모를 그 순간에 그 모두를 잃었다. 어떤 사건인지 사고 인지도 모른다. 

아니 그뿐 아니라 부모님까지도 잃었다. 그래서 밤이 저물도록 물건을 정리하고, 상속을 걱정하고, 유품을 정리하는 일을 반복했다. 그 슬픈 와중에 자동차는 어떻게 소유권이전을 해야 할는지. 지금 전세를 준 아파트는 내 명의로 옮기는 게 나을지 정리하는 게 나을지, 지금 집은 혼자 살기 너무 넓은데 이사를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강아지 유모차, 자전거, 웨건등은 버려야 할는지 나눔을 하는 게 나을는지. 

그 와중에 종이로 된 가족들의 사진은 따로 챙기고, 아이들의 모든 연대기가 담겨 있는 와이프의 핸드폰은 어떻게든 살려 데이터를 옮기려 애를 쓰고, 정말 슬픈 와중에 현실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들을 현실이 아닌 공간에서 고민하고 애쓰고 있었다. 


너무 불편한 감정이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는지 나는 뒤척이고 뒤척이다 새벽 3-4시쯤에 잠에 깨었고, 잠을 자고 있는 막내의 얼굴을 쓸어내리며 내 숨을 골랐다. 다행히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불쾌한 감정으로 잠에서 깨어서인지 쉽사리 다시 잠들지 못했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꿈들은 생각하지도 않는데 자꾸 생각이 났다. 이제는 꿈이 아니라 현실에서 머릿속에 그려보게 된다. 이방에 있는 아이 책들은 필요가 없어지겠지? 하나하나 재활용해야 할까? 한 번에 처리해 주는 사람이 있으려나? 


어랏!


꿈 이야기에 너무 몰입했나 보다. 아니면 잠에서 덜 깨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거지 

비몽사몽 - 꿈도 아닌데 꿈을 닮은 것 같은


이런 거구나. 


새벽의 꿈 사이 시간은 고요를 너머 적막했고, 아이의 작은 숨소리와 온기가 현실을 때때로 나를 현실에 잡아두었다. 되도 않는 망상을 두어 시간 하면서, 이런 생각이 이어지는 나 자신을 혐오하기도, 안쓰러워하면서 괜히 아이의 손을 다시 한번 더 잡아보았다. 


가벼이 코를 고는 아이의 숨소리를 걱정하며 잠이 들었고, 아침 늦잠에 와이프의 짜증 섞인 잠깨움이 오늘은 유난히도 반가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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