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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준 Sep 12. 2023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을 자유

당신에게 선택권이 주어졌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자유 VS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 




누군가 나에게 이런 선택권을 준다면 나는 주저 없이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를 택하리라 


나의 작은 로망 중 한 가지는 "자연인"이다. 

여러 사람이 잘 아는 그 자연인. 아무도 없는 산속이나 오지 같은 곳에서 자신만의 왕국을 짓고 사는 사람들. 

겉보기의 모습은 초라해 보이고 불편해 보이지만 그들은 나름 행복하게 산다.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고 가꾸고 지켜나간다. 


사연이야 다양하지만 별로 다르진 않다. 건강을 잃었던가. 혹은 사람을 잃었던가, 혹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어딘가 결핍의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아픔과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혹은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연인을 택한다. 


나는 우울증도 경험했고, 실패를 극복하고 있는 중이다. 많이 좋아졌지만 내 스스로 아직 100% 극복했다고 말하긴 어려울지 모른다. 그리고 그 무렵에 나는 자연인을 꿈꾸길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타인에게 배려받는 일도 타인을 배려하는 일도 불편해졌다. 그렇다고 안하무인, 독불장군으로 살지는 않는다. 교육과 습관으로 타인을 대하는 법은 몸에 익혀있다. 단지 그렇게 모임과 만남을 치르고 집에 들어온 날은 묘하게 기를 빼앗긴 기분으로 축 늘어져버린다. 요즘 유행하는 MBTI로는 극강의 I 성향일런지도 모르겠다. 


내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기운을 뺏기는 때를 돌아보면 하고 싶은 말을 못 해서가 아니라 별로 하고 싶지 않은 말들을 해야 할 때가 더 많은 듯하다.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거나 행동할 때를 돌아보면 내가 이 사람에게 무슨 행동을 하고 싶거나, 말을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정말 진상이거나 나를 모욕하는 사람을 만날 경우 생각만큼 비난의 말들을 쏟아내지 못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가 생기긴 하지만 이런 일들은 정말 드문 특이한 사항이다. 대부분은 그리 하고 싶지 않은 말들인데 상대방을 배려하느라, 혹은 관계나 일들을 망칠까 두려워 본심을 감추고 해야 할 말이나 행동들이 훨씬 많고 스트레스로 다가오곤 한다. 


자연인은 그럴 필요가 없다. 

대부분을 관계라고 부를 것들이 없다. 극단적인 처방이긴 하지만 관계 속에서 발생할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관계를 차단해 버린 처방인 셈이다. 이 극단적인 처방 덕에 스트레스를 받을 일 자체가 발행하지 않는다. 극단적이긴 하지만 효과가 있는 방식인 셈이다. 


결국 스트레스는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할 때 보다, 하기 싫은 일을 해야만 할 때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가 더 행복한 일이 되지 않을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자유가 더 큰 행복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하지만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는 덜 스트레스를 받게 한다. 역동적인 행복이냐, 잔잔한 평화냐의 선택일런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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