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새벽 4시 30분에 눈을 떴어요.
4년째, 반복되는 일상.
하루 종일 '해야 할 것'에 허덕이다 보면
정작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이내 잠들어요.
저질 체력을 원망하며
눈을 떠보면, 내 삶의 모든 것을 차지하고 있는
아기가 곤히 잠들어 있는, 어느덧 다시 내일의 새벽 4시 30분.
일어나기에도, 그렇다고 다시 잠들기에도 애매한 시간에
몸을 일으키는 이유는,
졸린 눈을 비비며 양치를 해보는 이유는,
그렇게 해서라도 잠을 깨 보는 이유는,
차곡차곡 모이는 일상 속에
날 것 그대로 느끼고 있는 감정들을, 경험들을,
정리해서 남겨두고 싶기 때문이에요.
작년 11월. 영원할 것 같던 싸이월드가 사라졌잖아요.
낄낄 거리며 담은 추억들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무관심 속에 버티고 버티던 녀석이
이젠 안녕, 을 외치며 사라져 버린 거 있죠.
제20대 추억이 사라진 기분이 들더라고요.
지하철에서 무턱대고 들이댄 동기의 고백도,
엠티 가서 병나발을 불고 춤추던 흑역사도,
휴학 후 불안해했던 내 마음들을 담은 일기장도,
이제는 기억나지 않더라고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추억들이 희미해지는 게 속상했어요.
언제고 들여다볼 수 있는, 그런 뭔가를 남기고 싶어 지더라고요.
그러면 나중에 파파 할머니가 되어서도, 인생의 조각들을 다시 볼 수 있잖아요.
나의 30대는, 글로 남겨보자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그동안 쓰고 싶어 끄적인 글들을 모으고 모으고요,
지금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글로 남겨보자고요.
기억을 기록으로,
기록을 추억으로 만들어보자고요.
그러면
매일이 좀 더 의미 있게 남을 것 같아요.
어설픈 엄마로서의 삶도,
권태로운 직장인으로서의 삶도,
여자 친구가 아내가 되고, 남자 친구가 남편이 된 우리의 사이도 말이죠.
그래서 저는 새벽에 일어나서 써요.
잠든 아기 옆을 조용히 빠져나와서
서재로 들어와 조심조심 아이유 노래를 플레이하며
하루를 기억해요, 기록하고, 추억해요.
그렇게 쌓인 글들이 훗날 힘들어 무너질지도 모르는 나를
일으켜 세워줄 거라고 믿어요. 왜냐면, 지금도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무척 행복해지거든요. 나, 아직 꽤 쓸만한 사람이구나, 란 생각에
고된 하루를 술로 토해내지 않아도 힘이 생기거든요.
그래서, 전 앞으로도 새벽에 일어나서 쓸 거예요.
어제처럼, 오늘처럼, 그리고 내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