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유니.
오늘은 일요일. 우리는 한가로이 도서관에 앉아있어. 너는 책을 읽고 나는 그런 네 옆에서 네가 읽었으면 좋은 책들을 골라 보는 중이야.
바깥은 완연한 여름이 되어 반짝이는 이 날,
우리는 가만히 책을 보고 있지.
약간은 소란스러운 어린이 도서관의 소음이 적당히 마음에 드는 날이네.
우리의 하루는
하고 싶은 이야기로 가득한데 정작 글을 쓰려고 하면 모두 사라지고 말아. 메모장에 그때 그때 담아 놓은 기록은 우리의 추억을 담기엔 부족하지. 어제도, 그제도 엄마는 네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산더미였음에도 짬을 내어 글을 쓰는 지금,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는 한참 고민이 된단다.
무튼,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이야기를
약간은 두서없이 적어볼게.
맞아. 사실 엄마는 조금 짜증을 냈어.
네 입장에서는 조금이 아니라 많이 짜증을 낸 것일 수도 있겠지? 무튼.
힘이 조금 들었어.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잠이 드는 순간까지 하루에 백 번이 넘게 나를 부르는데 어느 순간엔 그게 너무 힘들더라.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엄마
일루 와봐
하며 부르는 네 손길이
네 목소리가 요 며칠은 아주 힘들더라고.
한 순간만
아니 10분만이라도 조용히 혼자 있고 싶은데 그러질 못하니 답답함이 쌓였어.
나에게도 나만을 위한 시간이 언제나 올까 했고.
그러니 짜증이 쌓여
말이 툭, 하고 나가더라.
그전 같았으면
왜~
잠깐만~
하며 물결을 넣어주었을 텐데 이젠 그런 물결 대신 마침표만 찍게 되더라고. 엄마의 퉁명스러운 말끝에 네 표정이 시무룩해지는 걸 알면서도 말이 좋게 나가지가 않았어.
너는 아마 내 눈치를 볼 테고
나는 그런 너에게 엄마 화난 것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겠지. 순간적인 감정이 짜증이 나 쏘아붙인 후 도착한 도서관에서 가만히 생각을 했어.
나는 왜 짜증이 났을까.
왜 그 마음을 조절하지 못했을까.
들여다보니
엄마가 여유가 없어서 그랬더라. 마음속 너른 마당을 잘 가꾸고 널 맞이했어야 하는데 마당에 이것저것 늘어놓고 치우질 않았더라.
더러운 것도 지저분한 것도 가득한 마당에 우리 딸 목소리 하나 들일 여유가 없었더라고.
치워야지. 비워야지. 일주일 내내 회사일 싸매더라도 너랑 있는 시간만큼은 비우고 또 너로 채워야지. 엄마도 예전에 할머니가 너무 좋아 옆에 매달리고 매달리면 어느 날엔가 할머니가 화를 냈었어. 혼자 좀 놀라고. 엄마 좀 쉬자고. 그때 그 서운함이 마흔을 넘긴 지금도 남아 쉬이 지워지지가 않거든. 머리로는 이해를 하지만 마음으론 서운한 거라서.
정신 번쩍 들더라.
네가 책을 읽는 동안
생각을 마무리 짓고
이제 엄마는 널 기다려.
그동안 마당 청소 잘해 놓을게.
오늘 하루 끝날 때까지
우리 재밌게
즐겁게 놀자.
대신 백번 부를 거 오십 번만 불러주라. 엄마가 일터에서도 엄마를 부르는 애들이 많아서, 조금은 힘들거든.
부탁할게.
사랑하는 나의 유니.
2025. 5. 25. (일)
사랑하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