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때때로 예상하지 못한 구간에서 찾아오는 것 같아.
이 문장을 쓰면서도 상상한단다.
"엄마, 자유가 뭐야?"
"구간이 뭐야?"
하며 물어대는 너를.
그러면 나는 또 친절하게 알려주려고 노력하겠지.
하루 종일 말을 하고 와서 입을 여는 것조차 일이 되어 힘들지만
네가 하는 질문에는 성실히 답하려고 노력하겠지?
무튼, 우리에게 자유는 갑작스레 다가왔어.
그러니까 4월 12일. 날짜도 정확히 기억나는 그날,
병원 진료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굳이 엄마가 계단으로 내려가자고 하면서
걸어 내려가던 그날,
네가 그만 계단에서 발을 접질리고 말지.
오 마이갓. 이미 작년 9월에 다친 적이 있는 네가
이번에는 왼발 인대와 뼈가 늘어나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어.
네 발목은 붓기 시작했고
어쩔 수 없이 엄마는 널 데리고 정형외과에 갔어.
그게 시작이었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정형외과와의(?) 싸움 말이야.
원장 선생님은 너무 친절하지만,
늦은 8시까지 진료한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이지만,
엄마는 정형외과 특유의
무한한 대기 시간이 싫었어.
언제 들어갈지 모르는 상태로 기다리는 게
무척 답답하더라고.
그렇다고 네게 스마트폰 영상을 보여주기는 싫었어.
엄마의 확고한 철학 중 하나가
스마트폰은 가능한 늦게 접하게 해주는 것이었거든.
특히 SNS는 더더욱.
무튼, 그러다 보니 멍하니 기다리는 시간 동안
지루함을 못 이겨 시작한 게 독서였어.
그곳에서 우리는 적어도 하루에 한 권 정도의 책을
읽어댔고, 물리치료를 해주는 분들도
우리 모녀를 신기하게 쳐다보았지.
신기하지 않겠어?
대부분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보내는 그곳에서
(어른이든 아이든 할 것 없이 모두 고개를 숙이고...)
우리 둘은 서로 책을 펴 놓고 읽었잖아.
약간 어두운 조명 아래서
좋아하는 책을 읽는 모습 말이야.
매일 같이 진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우리는,
서로 쌓여있던 날 선 말을 뱉어내곤 했지.
너는 엄마 때문에 다쳤다고 투덜댔고
나는 그게 왜 엄마 탓이냐고, 숙제는 했느냐고
말을 돌려댔어.
그리고 나선 바로 후회했지만
이상하게 정형외과에 가면,
병원에서 2시간씩 기다리고 나면
마음이 뾰족해졌어. 뾰족한 마음은
자꾸만 너에게 향했어.
날카롭게
아프게 찔러댔지.
그렇게 보낸 시간이
한 달하고도 절반이 흘렀어.
4월 12일에 붕대를 감기 시작해서
5월 27일에 붕대를 풀었잖아.
그 시간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말을 하지 않아도 알 거야.
네 발에 더 이상 붕대를 감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너무 기쁘더라.
더 이상 캐스트 슈즈에 발을 맡기지 않아도 되고,
네가 원하는 줄넘기를 마음껏 할 수 있다고 하니
정말 날아갈 것 같더라고.
다리 한 번 불편한 것뿐이었는데
세상은 온통 어려움으로 가득 찼잖아.
아파보니까 알겠더라고.
사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의
대부분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누려야 한다는 것을.
다친 너뿐 아니라
엄마도, 지금 가진 것을
최대한 아끼고 소중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야.
그래서 엄마는 갑작스레 찾아온
선물 같은 이 자유를
정말 만끽할 생각이야.
벌써 내일 오후 하원하는 길에
놀이터에서 너와 놀 장면을 그려.
우리는 아마 그제보다 행복할 거야.
분명히 그럴 거야.
그러니 유니야.
온종일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면
꿈속에 던져두고 오렴.
그럼 엄마는 네 곁에 가만히 서서
널 기다릴게.
엄마가 행복한 만큼
너 역시 행복하기를 바라며.
오늘의 편지 마칠게.
고생했어.
이제 두 발의 자유를,
마음껏 느껴봐.
사랑해♥
2025. 5. 29. (목)
사랑하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