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못한 제안을 받았다. 조심스럽게 다가와 심장이 쿵, 내려앉을만한 이야기를 건네준 아이가 무려 둘이다.
물론 수업 시간에 약간의 홍보를 하긴 했다. 작년에 제자들과 함께 글을 써서 엮었는데 의미가 있었다, 추억이 되더라, 돈독해졌다, 라며 약간의 홍보성 멘트를 섞긴 했다. 감정적인 호소를 꽤 잘하는 편이긴 하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아이들이 내게 ‘글을 쓰고 싶다’고 제안을 해 온 것이다. 그것도 둘이나!
한 명은 소설, 한 명은 시였다. 시를 선택한 녀석은 소설이 아니라면(싫다기보다 쓰기가 어려울듯해서?) 어떤 장르든 괜찮다고까지 했다. 사실 아주 조금 고민을 하긴 했으나 나는 글을 쓴다고 하면, 책을 내자고 하면 무방비가 되어버린다. 글은 무조건 좋고 책을 내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기 때문이다. 그게 한 명이든 두 명이든 너무나 좋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두 녀석은 잔잔한 내 마음에 돌멩이 하나 던져 놓고 만 것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무리가 맞다. 올해는 일이 무척 많고, 나는 수업에도 욕심이 있는 사람이고, 가정도 잘 챙기고 싶은 사람이라 늘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매일같이 시간을 쪼개고 쪼개며 사니까. (새벽 1시, 2시가 일상이고, 일찍 잔 날에는 5시, 6시가 일상이다.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선 자꾸만 글을 쓰라고 한다. 이렇게 먼저 글 쓰자고 다가온 아이들이 많지 않은 거 알지 않냐며, 지금 아니면 또 언제 이렇게 마음에 맞는 아이들과 글을 쓰겠냐면서. 지금이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기회라면서.
움직인 마음을 돌이키긴 어렵더라. 한 번 쓰겠다고 맘먹으니 벌써 예산부터 찾아본다. 겨우 얻은 예산으로 계획도 세우고, 비슷한 성향을 가진 아이들도 비밀리에 섭외하기 시작했다. 물론, 효율적으로 따지자면야 둘을 함께 작업하도록 모임을 만들면 나야 좋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둘의 접점은 없다. 글 작업은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많아서 아무래도 친밀도가 있는 것이 좋아 결국 각각 작업을 하기로 했다.
소설을 쓰고자 하는 아이들을 몇 명 더 섭외하니 다들 반긴다.
“선생님! 저 사실 소설 쓰고 싶다고 선생님한테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매번 선생님이 안 계셔서 못했어요!”
“저도 할 래요!”
“한번.. 써 볼까요?”
하며 다가오는데 덩달아 신이 난다. 이렇게 숨어있는 작가님들이 많다니. 도파민 최고다.
시와 에세이면 모든 괜찮다는 녀석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좋은 친구들을 몇 명 떠올려 봤는데 아무래도 자기는 혼자 작업하는 것이 더 좋다 하여 1:1로 작업을 해볼 생각이다. 처음 해 보는 방식이지만 오히려 좋은 결과물을 낼 수도 있을 것 같고, 녀석이 유명해지면 나중에 어떻게 뭐, 중학교 때 은사님으로 나를 찾아줄 수도 있고. (전화번호 바꾸지 말아야지 ㅎㅎ)
참, 이번 글쓰기의 포인트는 나도 함께 쓰는 것이다. (아이들이 원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도 글 쓰는 거 좋아하니까) 나도 함께 글을 쓰기로 한다. 모를 수 있으니 월요일에 만나서 한 번 더 이야기 해주리. 나도 쓰는 거다. 짜식들. 내 글도 10%는 차지하면 좋겠다. 허허. 이렇게 내 욕심을 채운다.
그리하여 올해에는 무려 두 권의 책을 만들 작정이다. 예산도 조금은 확보해 놨으니 작년처럼 많이 만들진 못하더라도 소장용으로 몇 권은 만들어낼 수 있으리. 그러면 졸업하는 예비작가님들에게 고이 포장하여 줄 수 있을 듯하다.
솔직히 말하면 동시에 두 개의 글쓰기 작업을 하면서 거기에 <아이들> 브런치북을 연재하는 게 쉽진 않을 것 같다. 총 3권의 책에 들어갈 글을 매주 쓰는 것이 당연히 어려울 수 있다. 그런데 나란 인간은 조금 특이해서, 약간 역경과 고난이 있으면 그걸 돌파하는 게 재밌다. 잠 좀 줄이고, 시간 좀 아껴서 쓰면 쓸 수 있는 거 아닌가. 하면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망설이는 시간에 일단 도전해 보면, 뭐든 얻는 게 있는 거 아닌가.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일단은 진행하기로 한다.
책을 만들기 위해 함께 글을 쓴다는 것. 그리고 그 글을 함께 나누며 생각을 공유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꽤 친밀해지는 작업이다.
작년에 나와 함께 글을 쓴 작은 곰, 파파야, 델리이만쥬와의 사이가 그랬다. 점점 친밀해져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기만 해도 든든했다.
올해 나와 함께 작업할 A, B, C, D, E와도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졸업하는 날,
우리 서로 악수하며 손뼉 치며 그렇게 뜨겁게 헤어질 수 있기를.
자! 정신 차리고 이제부터 작업 시작!
5. 31 (토) 해야 할 일
1. 필명 정하기 : 안녕 말고 다른 거 고민해 보기
2. 주제 고민
3. 다음 주 수요일에 사전 미팅: 소설팀
4. 다음 주 목요일 사전 미팅: 시&에세이팀? (날짜 아직 미정!!)
- 보내준 주제 중 일부 고르거나 확장시키기!
5. 그리고 내 글 쓰기 (제발 미루지 마라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