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어버린

by 안녕

오늘도 난 어김없이 새벽 3시 30분에 눈을 뜬다. 밤 9시에 잠이 들었으니 6시간 정도 충분히 잔 상태이긴 하나, 몸이 무거운 건 늘 변함이 없다. 보통이라면 그 상태에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더 자겠지만 요새의 나는 그럴 수가 없다. 밤늦게 일을 하거나, 그렇지 못하면 새벽에 깨어나서 일을 해야 하는 형편이므로.


알고도 시작한 일이라 변명할 여지는 없지만 요 근래 (정확히 말하면 6월부터 지금까지) 정말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바쁘다. 여유롭고 한가한 시간이라곤 눈을 씻고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출근한 순간부터 퇴근할 때까지 분 단위로 나눠 살면서도 글쓰기 활동까지 곁들여 해내다가 지난주,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글쓰기는 잠시 스톱한 상태.


모든 직장인들이야 다 그렇겠지만 무척 바쁘다. 바빠서 죽겠다.


어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 나는 3월부터, 아니 2월부터, 아니 1월부터 정말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매일 같이 일을 했는데 왜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지?


- 나는, 하루도 수업을 허투루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왜 매일 제자리걸음인 것 같지?


- 왜,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좀 편하게 생각을 하지 못하고 나를 들들 볶으면서 힘들어하지?


- 왜, 이 일을 한다고 해서(업무) 이렇게 고생을 하지?


- 뭐 하려고?


- 뭐 한다고?


- 뭘, 그렇게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월급도 뭐, 인센티브를 주나? 뭐가 더 있나?


물밀듯이 밀려오는 생각에 브레이크를 건 것은 과거의 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금은 긍정으로 무장하고 있는 나의 과거는 무척이나 어두웠다. 어둡다는 표현으로도 해결되지 않은, 그러니까 암흑 같은.


긍정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는 그 마음 상태로 가버릴 것 만 같아 두려웠다. 어른이 된 나는, 과거의 나와 같진 않겠지만. 그래도 한 번 시작하면 끝도 없이 퍼지는 허무주의를 감당하기 어려워서. 그래서 잠시, 생각을 멈추고 감정을 덮어두었다.


안다. 분명 멈추고 덮은 것들은 언제고 튀어나와 나를 힘들게 할 것이라는 걸.

그런데도 어쩌랴.


당장에 나는, 내 눈앞에 넘치고 넘쳐흐르는 일을 감당하기에도 벅찬데.


잠시 미뤄놓고

나중에 해결하기로 하고

오늘도, 일을 하러 갈 준비를 한다.


다만, 이 덮어 놓은 감정은 언제고 꼭 풀어서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나를,

그동안 정말 묵묵히 혼자서 고생 많이 한 나를, 달래주고 안아주리라.


꼭.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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