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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엄마

by 안녕

유난히 요새 서로에게 짜증을 많이 내는, 요즘이야.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잔뜩 날이 선 말을 뱉어놓고

돌아서서 후회하는 나날이야.


바쁘고 힘든 건 내 몫인데

가뜩이나 긴장 속에 하루를 보냈을 너를 보며

반갑게 웃어 주기 전에

잔소리를 늘어놓는 나는


꼭 이렇게 네가 잠든 이 시간이 되면

사무치게 미안해.


좋게 말하면 될 일을,

따뜻하게 전해도 될 마음을

왜 그렇게 단호하고 엄하고

무섭게 이야기했는지,

왜 네 말 한 번을 더 다정하게 귀 기울여주지 않았는지

후회가 밀려와.


너는 잠이 들었고,

오늘은 마무리가 되었고,

지나간 시간을 돌릴 순 없지.


하지 말아야지, 하며 매일 같이

쏟아내는 감정을,

거친 마음을 내일은 꼭 잘 다듬어 볼게.


예전에 읽은 글 중에 하나, 정말 마음에 닿는 게 있었어.


어떤 사람과 사이를 오래도록 유지하고 싶으면

그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천 가지, 만 가지가 있어도

하지 말래.


그렇게 참고 참아도

그래도 또 말하고 싶을 때가 오면

그때도 참으래.


나에겐 그게 조언이지만 그 사람에게는 잔소리가 되니까.

그러면 사이가 좋게 유지될 거래.


결국, 그 사람이 깨닫고

제 자리로 올 때까지

기다려주라는 말로 이해했어.


엄마도 그렇게 해 볼게.

기다리고 믿어보고

말을 줄여보고.


그렇게, 다시 못난 엄마 말고

마음 평온한 엄마 되어 볼게.


사랑하고 사랑하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어느새 너무나 훌쩍 커버린

나의 소중한 유니에게


엄마가 -


2025. 6. 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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