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동안 아팠다.

by 안녕

꼬박 3일을 앓았다.

목요일 아침부터 시작된 두통이 금요일에 정점을 찍더니, 오늘, 이 시간이 되어서야 겨우 가라앉고 있다.


원래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몸이 안 좋으면 꼭 한 번은 편두통이 심하게 온다.

그런 증상이 올 때마다 먹는 약이 있었는데 마침, 똑 떨어져서 어쩐지 불안했더랬다. 괜찮겠지, 싶어 그냥 둔 것이 화근이었다.


왼쪽 안면부를 마비시키며 서서히 퍼지는 두통을 견디며 수업을 했다. 하필이면 목요일은 1,2,3,5,6교시. 또 시험 직전이라면서 애써 만들어 놓은 핵심정리 학습지를 풀어주겠노라 다짐했다. 자습을 시키면야 마음도 몸도 편하지만, 그래도 한 글자라도 더 정리해주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는데- 머리가 아픈데도 말을 하고 뭔가를 정리해 주어야 하니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다음에도 난 또 하겠지만...^^;)


그렇게 목요일, 집에 와서 9시부터 잠든 것 같다. 기억도 나지 않아....

그리고 금요일 아침. 마음 같아서는 정말 병가 내고 싶었지만.... 어제 다 하지 못한 총정리를 꼭, 해주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출근했다. 머리는 핑 돌고, 속은 울렁거리고. 그냥 서 있는 것도 힘들고. 3반 수업할 때에는 정말 쓰러질 것 같았는데, 그래도 어찌어찌 버텨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점심시간에 보건실 가서 잠시 누워있었던 것이 좀 나았던 것일지도.


무튼, 그렇게 버티고 조퇴를 했다. 가던 병원에 가서 먹던 약을 처방받고 견딜 수가 없어 수액도 맞았다. 편히, 오래 맞고 있을 수 없는 노릇이라 30분짜리를 급하게 맞는데 누워서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다.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내 삶이 왜 이렇게 갑자기 팍팍해졌는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잠이 들었다.


내 사정을 알고 있는 간호사선생님께서 주삿바늘을 빼주면서 다음에는 꼭, 여유 있을 때 오셔서 수액 맞고 가시라, 하는데 그 말이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다. (사실 그날, 학교에서도 나한테, ’ 선생님, 아프지 마세요.‘라며 말을 건네준 아이들이 있었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제대로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지만ㅠ.ㅠ)


저녁 시간에 좀 나아졌으면 좋았으련만. 지독한 두통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금요일엔 집에 오자마자 씻고 그냥 잠이 들었다. 약기운 때문인지 머리가 아파선지,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몽롱한 상황에서 밤을 맞이했다. 중간중간, 아픈 엄마를 토닥이는 아이의 손길을 느끼며 잠이 들었다는 것뿐.


그렇게 오늘이 되었다. 사실, 토요일에도 무척 아파서 몇 번을 누웠다가 일어났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일단 두통이 없다.


살만하니 글을 쓴다.


그런 생각, 든다.


나, 왜 이렇게 열심히 살지?

나, 왜 이렇게 아파서 힘들어하면서도 꾸역꾸역 일 하지?

내 하고 싶은 일은 하나도 못하면서(글쓰기, 등등)

해야 하는 일에 연연하며 살지?

내가 왜?

뭣 하러?

뭘 위해서?


내면의 힘으로 에너지를 쏟아 내어 일을 하니

그 에너지가 바닥이 난 지금은 허무주의가 판을 친다.

해서 뭐 하나 싶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살았던 이유는 딱, 하나다.

내년에 휴직을 하기 위해서. 정확히 말하면 ‘파견’을 가기 위해서.

파견을 가는 이유는 ‘아이’와의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


그런데 난 그 먼 미래의 계획 때문에

현재가 힘들다.


애써 웃고 긍정적인 기운으로 버티고 있지만

사실 힘들어서 많이 가라앉는다.

아이들 앞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지,

육체적으로는 많이 힘들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고,

늦은 밤에 잠드니 그럴 수밖에.


언제쯤 끝이 날까.

학교를 옮기면 나아질까?

나, 지금 잘 흘러가고 있는 건가?


생각이 많아지는 오늘이다.


뭐, 그렇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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