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천천히

by 안녕

그동안 분 단위를 쪼개서 살았다. 쉬는 시간 2분, 점심시간 3분. 나누고 나누어 산 덕에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었지만 늘 쫓기는 마음은 지울 수가 없었다. 가만 보면 꽤 오래도록 당연하게 생각하고 산 듯하다.


브레이크를 건 것은 <힘 빼기의 기술>이라는 김하나 작가의 책이다. 엄밀히 말하면 교과서 단원 중 하나였던 <힘이 들 때 힘을 빼면 힘이 생긴다>라는 강연 덕인데 핵심 주제는 주변 시선에 얽매여 중요하지 않은 일에 힘을 빼지 말고 정말 우선순위가 되는 일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수업 때문에 6~7번 정도 반복해서 본 강연임에도 울림을 준다. 꼭 맞는 말이다. 모든 것을 잘 해내고 싶어 욕심을 내니 건강을 잃은 적도 있고 가족과의 소통도 줄어든 적이 많다. 시간은 유한한 데 하고 싶은 일은 많으니 당장의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에 몰두했다. 당연히 아이와의 대화, 남편과의 추억은 뒤로 밀렸다.


바쁘게 살고 나서 얻은 것은 위경련(?), 두통(?), 불면증인데 그 마저도 올해는 조금 심했던 것도 같다. 2주 전 병원에서 수액을 맞으며 생각했더랬다. 방학하면, 모든 연락을 끊고 칩거할 거야. 동굴에 들어간 곰처럼. 휴대폰도 끄고 잠수를. 꼭.


현실적으론 어려운 일이라 방향을 조금 틀어본다. 분 단위로 살던 삶을 내려놓고 하루 단위로 넉넉하게 살아보기로 한다.


천천히, 천천히. 조금씩 천천히.


될지 모르겠으나 방학 때의 모토다. 바쁘지 않게 하루에 하나씩. 욕심 내지 않고 즐겁게 하나씩.

뭘 이루지 않아도 좋으며 지금 그대로의 나도 썩 괜찮으니 받아들이고 칭찬 많이 해주기. 빠르게 한다고 해서 모든 걸 이루는 것은 아니고 천천히 한다고 해서 이루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천천히 가면서 볼 수 있는 것도 있고 느끼는 것도 있지 않겠냐 싶다. 초1 학부모로서 휴직 없이 아이를 돌보며 일을 해낸 나를 좀 돌봐가며 그렇게 좀, 멈추듯 가듯 가보련다.


조금씩,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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