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인터뷰>

by 안녕

안 쓸 수 없다. 후기를.


은유 작가를 알게 된 건, <있지만 없는 아이들>부터.

그러니까 6년 전 쯔음인가. 육아휴직 중에 책 한 권 사고 싶어 동네 서점을 갔는데 그때 북큐레이팅 된 책이었더랬다. 대충 훑어봤는데 무거운 주제가 어쩐지 싫어서 내려놓고만 왔었다.


그리고 그의 존재를 한참 잊고 있다가 작년 겨울, 학교 도서관에 있는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라는 책을 읽으면서 아, 맞다, 이 작가!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다 읽지 못했으나 읽는 내내 재밌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있는 이의 경쾌하면서도 묵직한 글. 그게 좋았다.


이제 올해로 돌아와서 6월 21일, 국제 도서전을 둘러보던 중에 ‘제철소’라는 출판사에서


“은유 작가님의 <아무튼 인터뷰>라는 책도 있습니다.” 라는데 퉁퉁 부은 다리 멈추고 당장에 구입했다. 좋아하는 작가의 내가 좋아하는 ‘인터뷰’ 집이라니. 6월에 사서 8월에 직접 볼 때까지 그저 상상만 하고 있다가 며칠 전 드디어 포장지를 뜯어 집중해 읽었다.


사실, 겉표지만 보았을 때에는 은유 작가가 만난 인터뷰 내용이 담긴 것이 아닐까 했는데, 열어 보니 ‘인터뷰’라는 활동(?)에 대한 작가의 철학이 담긴 글이었다. 마침 나는 인터뷰를 좋아하고, 대학 시절 학생 리포터 활동 하면서도 제일 좋아했던 게 인터뷰였던 터라 무척 흥미 있게 읽었다.


웬만해선 나는 필사를 절대 안 하는 사람인데 (그냥 인덱스 붙여놓고 나중에 봐야지, 하고 끝-) 그런데 이 책은 인덱스 붙이고 밑줄 긋고, 필사도 해두었다. 볼 수록 좋은 말들이 너무 많아서, 두고두고 보고 곱씹고 싶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선물도 해주고 싶은 책이다.(다만, 책은 취향이라 나의 기쁨이 그에게 닿지 않을 수 있다는 게 함정)


무튼 그래서, 쓴다. 이 책 너무 좋다고.

이 책 읽으면 좋겠다고.


가장 좋은 구절 하나를 인용해 본다.



#. 나는, 내가 만난 사람의 총합이다.


#.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그냥 사는 사람도 없다. 두 문장의 간극을 잇는다. (100% 정확하진 않으나 대충 이런 뉘앙스)


#. 지가 그래봤자 보고서지.(압도적으로 양이 많은 보고서를 보고 했다는 생각) 김점선 화가가 그랬나. 수학 문제를 잘 풀려면 일단 깔봐야 한다고. 어렵다고 생각하면 해법이 안 보인다는 거다. 그 말이 인상적이어서 나는 쫄릴수록 일단 깔보고 시작한다.


#. 삶은 다양한 사건들을 만들어내지만 우리가 그것을 해석하고 또 이해하려고 애쓰고, 거기에 적절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경험으로 탈바꿈한다. “ -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



이 외에도 너무 많은데 그걸 하나씩 하나씩 다시 보고 노트에 옮겨볼 작정이다.

힘들 때 다시 보는 사진첩 하나쯤 있는 것처럼

나도 마음이 지치고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고 싶을 때

그의 책 속 구절을 곱씹으며 힘을 좀, 얻어보게.


그래서 오늘보다는 더 나은 내일 좀 살아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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