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줄 알았지

by 안녕

이럴 줄 알았습니다. 개학하면요, 진짜 시간이 이렇게 없을 줄 알았어요. 그래서 방학 동안 미리미리 준비한 건데, 미리 준비한 것도 동이 나 버렸습니다. 내일부터 새롭게 시작되는 수업의 학습지를, 만들어야 해요. 지금부터요. (지금은 밤 11시 48분입니다만.)


해야 하는 것은 해야죠. 그걸 미룰 생각은 없는데요. 책을 못 읽고 글을 구상할 마음적 여유가 없다는 게 슬프네요. 심지어 제가 이렇게 바쁜 와중에, 아침마다 도시락을 싸거든요? 어제는 김밥, 오늘은 유부초밥, 내일은 카레. 아침마다 1시간 정도 일찍 일어나서 밥솥에 밥을 안치고 요리를 해요.


뭐, 누군가를 위해서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싫지는 않은데 덕분에 쉬이 피곤해져요. 보통 5시에는 일어나니까, 출근한 9시만 되어도 기상한 지 4시간 째니... 피곤하더라고요. 그래서 매일 출근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가긴 하지만요.


암튼, 저 사실 지금 학습지 만들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이게 뭔가 하루의 시작과 끝이 일이면 속상하더라고요. 투박하더라도 날것 그대로의 내 일기를 좀 써야, 그래도 스트레스가 풀리고 그러잖아요. 그래서 조금 시간 내서 쓰고 있어요. 뒤죽박죽 엉망이어도 이해해 주세요.


방학 중에 편지지 150장을 샀어요. 봉투도 150장 같이요. 6개월 정도 지나면 졸업할 아이들에게 6개월 후에 받을 편지를 스스로에게 적어보자, 하려고요. 사실 반응이 안 좋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 많이 했어요. 워낙 표현이 적은 아이들이라서 반응이 뜨뜻미지근하지 않을까. 괜히 오바라 생각하지 않을까. 하고요.


오늘 마지막 반을 끝으로 모두 마쳤는데요. 애들이 나름 진지하게 적어주더라고요. 6개월이 지나면 지금 다니는 곳을 졸업한다는 게 아이들에게는 조금은 와닿지 않았을까 싶어요. 저는 다섯 반을 수업하면서 편지 다섯 통을 썼어요. 제 스스로에게. ㅎㅎㅎ 각 반에 하나씩 있는데요. 그 편지 내용이 가리키는 건 단 하나예요.


간절히 바라고 이루고 싶은 그것.

제 글을 읽는 분들이라면 아는 그것.


2026년 1월 8일에 그 편지를 열었을 때, 5개의 편지 속 내용 중 단 하나라도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당장의 현재를 잘 살아야겠죠? 지금 일기를 쓰면서 결심했어요. 오늘 학습지 준비 얼른 하고요. 책 읽다 자렵니다. 애들한테 올해 30권 읽겠다고 했거든요.


아참, 애들에게 자랑도 했습니다. 선생님 15권 읽었다고요! 제 자랑을 순수하게 들어준 1,2,3,4,5반 아이들에게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 무튼, 그렇습니다.


이제 진짜 일 해야겠어요.

조만간, 수업 이야기, 그냥 사는 이야기, 허심탄회한 이야기 가지고 올게요.


5분 남은 8월 20일.

오늘도 고생하셨어요.


저의 행복을, 역시나 조금 나눠드릴게요.


굿밤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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