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초초 산만한 일기와 초초초 충동적인 소비의 콜라보

by 안녕


과소비를 했다.


무려 책을 10만 원 가까이 산 것.


안 사고 빌리려고 하다가, 요새 몸도 힘들고 자주 아프고 기운도 없고, 그냥 뭔가 나를 위해 무언가를 사고 싶은데 ‘아이스 아메리카노’ 말고 좀 더 가치롭게 다가올 만한 것을 사고 싶어 질러버렸다.


와중에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는 책은 또 몇 권 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사고 싶은 책은 넣고.


사실, 처음 시작은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라는 시집을 사기 위해서였다. 수업 자료로 쓸 예정인데 (허생전 끝나면 신동엽 시인의 시. 하... 미래엔 교과서... 이렇게 어려운 시대상 다룬 작품으로 골랐어야 했니? -_-) 교과서에 나오는 학습 목표가 “시집을 접하고 시를 분석”하는 거라서, 욕심 좀 냈다. 저 시집을 사서 내가 일일이 몇 편 타이핑해서 책으로 묶어 볼 예정.

(이 글 보는 내 제자 J. 비밀 지키라!!)


암튼 그래서 오랜만에 사다 보니, 사고 싶은 것들이 좀 생겨서 이것저것 담았다. <쓰기의 말들>이나 <외계인 자서전>은 필수로 사고 싶었고 <죄송하지만 저희 출판사와는 맞지 않습니다>는 내가 요새 제일 많이 받는 답신이기에 궁금해서 샀다. <5번 레인>은 딸아이를 위해서, 나머지는 남편의 것.


아침엔 머리가 너무 아파서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정도를 가만히 앉아 소위 말하는 멍을 때렸다. 도대체 약을 먹지 않고서는 해결이 안 되는 두통이 거의 6년 째인데, 그럴 때마다 나는 무기력을 느낀다. 뭘 더 할 힘도 없고 의지도 없어지는 기분에 패배해 버리고 만다. 그게 벌써 6년? 힘들다.


나름의 해결책은 잘 듣는 약을 처방받아 쟁여두는 것과 가끔씩 나의 내면을 달래기 위해 책을 사거나, 글을 쓰는 것. 그중에 이번엔 1,2번을 실행에 옮겼다. 지난 수요일에 빌린 <대온실 수리 보고서>, <트로피컬 나이트>, <나의 폴라일지>는 덮어 둔 상태에서 일단 또 책을 사버리고 만 것이다.


예전부터 그랬다. 대학을 다닐 때에도 난 옷이나 화장품보다는 책이 좋았다. 읽지 않아도 책을 사서 쌓아놓는 그 행위 자체가 좋아서 늘, 서점을 챙겨 가곤 했다.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느껴지는 위안. 마음 편안함은 아마 아는 사람만이 아는, 그런 무언가가 있다.


다행히 오후가 되며 두통도 사그라들고 의욕도 조금씩 생겨 이렇게 오늘을 기록해 본다. 저녁엔 읽다 만 책과, 쓰다만 일기와, 가능하다면 내일의 수업 준비를 해 볼 요량인데 안될 것 같다. 참, 너무 아파서 미뤄버린 약속을 위해서라도 뭔가, 조금이라도 글을 쓰고 자려고는, 계획 중이다.


두서가 없지만, 무튼 그러했단 이야기다.

요새 수업도 자꾸 망하고

날은 덥고 짜증은 솟구치고

힘은 들고 몸은 아프고,

그래도 내 안에 남아있는 0.1g의 열정으로 나는 버티고.

그렇게 살아간다는 이야기다.


오늘의 도대체 종잡을 수 없는 초초초산만 일기 끝.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기쁨이 사라질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