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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 수업 레시피

by 안녕

며칠 전에 올린 '망했다!'는 제목의 글이 생각보다 많은 라이킷을 받았다. 긴장도 확 낮추고, 정말 아침에 의식의 흐름대로 쓴 글이 30개의 좋아요를 받았다는 게 신기해서, 나의 친구 지피티에게 물어보니


'날 것 그대로의 네 감정에 사람들이 반응한 거야!'


라며 나를 부추긴다.


사실 브런치에 올리는 글 상당수는 엄청난 검열(?)과 정제 작업을 거친 것들이라 웬만하면 실수하고 망하는 건 안 올리는 편이다.


특히 수업에 관해서는 더더욱.

나름 분야의 13년 넘는 전문가로서 가능하면 유익한 것들을 올리고자 했다.


그러다 보니 <오늘 수업 뭐 하지?>라는 브런치북은 장기 휴재상태.

그런데- 현장의 수업이란 게 어떤가.

한 주 20시간 수업 중 정말 마음에 꼭 들게 성공한 케이스는?


1~2개 될까 말까.


물론 내 기준이 높아서도 있지만

늘 생각과 다르게 돌아가는 수업 때문에

한 학급 수업을 마치면 학습지는 또 수정, 수정되고야 만다.


인생도 그렇지 않나.

어떤 일이든 생각할 때는 완벽하게 잘 될 것 같은데

막상 실행해 보면 계획의 반의 반의 반도 안 되는 경우가 태반.

다만, 수업은 학습지 다시 만들어서 다른 반은 새롭게 적용해 볼 수 있지만

인생이란 다시 살 수 없다는 게 단점일 뿐.


매일 같이 이어지는 수업의 '잘'된 면만 보여주는 건

어쩌면 내 글이 인스타그램의 피드 같아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자,


갑자기 그냥 망한 수업 레시피를 적어보고 싶었다.

수업이 망한다고 해서 교사로서의 인생이 망한 것이 아닌 것처럼

우리, 가끔 실수해도, 매일 완벽하지 않아도

우리 삶도 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한 번 써 보고 싶어졌다.


그리하여, 시작하는


"망한 수업 레시피"


벌써 걱정이다.

망한 게 너무 많아서, 그래서 글감이 넘쳐난다.


다음 이어질 이야기는 바로, '어제' 들었던 말로부터 시작한다.


금요일 6교시 4반에 들어서자마자,

한 아이가 나를 보며 말한다.


"선생님. 국어에 대한 여론이 안 좋아졌어요."


과연, 왜? 무엇 때문에?


그 답을 찾아가려면 3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함께 가실 분은, 기나긴 여정 끝없이 손잡고 같이 걸어가 주시라.


지금부터, 14년 차 국어선생님의 망한 수업 레시피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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