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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드디어 끝났습니다.


지난 2월부터 저를 괴롭히던

IB기반 수업평가혁신교사 과제 제출이 끝났거든요.

2일이 마감인데 지금 마무리 지어 공문 올렸습니다.

완벽하진 않고요.

많이 부족하고 어설픈데 마무리 지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후련해요.

정말, 이렇게 후련한 건

2014년에 했던 창의오디세이라는 창체동아리 활동 이후로

처음입니다.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했던 활동이었어요.

예산을 받아 수업을 준비할 수 있음에 혹했지요.

앞뒤 안 따지고 지원한 게 작년 여름입니다.

중간에 몇 차례 공문이 왔는데도 무시했어요.

멤버가 수정-수정-확정되는데도 그러려니 했습니다.


헌데 지난 2월, 관련 연수를 듣고

정말 그야말로 멘털 무너지는 줄요.


IB가(international baccalaureate) 뭔지도 모르는 제가

덜컥 시작해 버린 활동은 정말 없던 위경련이 생길 지경이었어요.


개념도 잘 모르는데 하려니 미치겠더군요.

학교 아이들 특성도 한 몫했어요.

개별 역량은 뛰어나지만

모둠 활동이나 토론, 비판 활동에는 취약한 녀석들에게

접목하기엔 제 스스로의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결론은! 한 학기 미루다가 2학기에 부랴부랴,

진행하고, 잘 마무리 지었습니다.


솔직히 제출하는 보고서가 부끄럽기도 한데

어쩔 수가 없습니다.

모든 것을 완벽히 할 수는 없으니까요.

이제는 남은 예산을 적절하게 쓰는 일만 남았어요.

잘, 마무리해보겠습니다.







사실, 이 활동을 하면서

정말 회의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학교 현장과 동 떨어진 교육정책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서요.

2014~15년부터 도입되었던 자유학기제도 그렇고

지금 난리 나고 있는 고교학점제도 그렇고

뭐 하나 학교 현장을 반영하고 있는 정책은 없어 보입니다.

IB도 제가 봤을 땐 한국의 현실과 그다지 맞지 않아 보여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효성이 있는지는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해마다 교육부에서는 입시위주의 교육을 없애겠다고

수많은 정책을 내어 놓습니다.

수능, 대학을 향해 달려가는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에선

'입시위주의 교육'은 불가피한 부분이 있습니다.


과열은 막아야 하지만

없애는 것에만 초점이 되어있는 정책은 글쎄,

저는 회의적입니다.


현장에선 한 학급 안에 수준 차이가 너무 다양한 아이들의

중간 접점을 맞추는 게 늘 어렵습니다.

어떤 아이는 이미 고등 수준의 언어 능력을 지녔고

어떤 아이는 초등학생 수준의 어휘력도 갖추질 못했거든요.

그 간극을 메우고자 선생님들이 얼마나 고군분투하고 있는지,

10번의 시도 중 1번의 성공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교육 관계자들은 알까요?


웬만하면 브런치엔

이런 학교 교육 이야기는 잘 안 하는 편인데

억지로 마감지은 IB 기반 교육 자료를 제출하고

뭐라도 말을 해야겠어서 씁니다.


[일단, 제 스스로를 돌아보면

이해 부족이 원인입니다.

잘 모르니 두렵고, 두렵다 보니 자꾸 미루게 되더라고요.

1차적으로 제 불찰이 맞습니다. 너무 힘들었어요.]


개인적으로 저는

교육의 목적은 같아도

방법은 다양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한창 2010년대에 유행했던 '배움의 공동체'든

지금 제가 거부하는 IB든, 본질은

학생의 배움을 중심에 놓고 학생 스스로 비판, 분석, 성찰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주체적인 학습자로 양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결국

하나의 목표로 달려가기 위한 방법은

100명의 선생님마다 100개의 방법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정답'이라는 게 없지 않겠어요?


그런데 요새 들어

이게 답이다,

이렇게 해야 한다,

이게 트렌드다, 하는 것을 보면

답답해집니다.


교과서 한 권,

분필 하나 만으로도

아이들과 소통하는 수업을 할 수 있으며


단어 하나로도 이야기를 뻗어 나가

글을 쓰는 수업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방법은 방법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고 믿습니다.







저는 지난 2학기 초,

이 과제를 해내기 위한 수업을 설계하느라

마음고생을 좀 한 것 같습니다.


당시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니에요.

아닌 것 같아요.


진짜 가르침과 배움은

내가 만나는 아이들과의 상호 소통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여태까지 제가 믿고 있던 신념이 흔들릴 정도로

그래서 힘들어할 정도로 이번 과제는 힘들었네요.


이제 해치워 버렸으니

앞으로는 제가 하고 싶은 수업 하렵니다.


교실은 교장선생님도 들어올 수 없는 곳이라고들 표현합니다.

교실 안에 있는 수업 교사의 시간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저는, 앞으로 제가 들어갈 5개의 교실에서

제 색을 입힌 수업으로

아이들과 만나보렵니다.


이제 어떤 '틀'을 배우고 익혀야 하는 수업은

그만할래요.


끝입니다!

끝!





* IB를 열심히 연구하시고 배워서 수업에 적용하는 모든 선생님들은 대단하십니다. 저는 맞지 않았지만, 그 교육 과정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이해 부족으로 실패한 부분이니 오해 없으시길!


* 글이 거칠거나 부족해서 오해가 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모든 선생님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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