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오늘은 정말 버라이어티 한 날입니다.
어디서부터 글을 시작해야 할까요?
키즈 카페에 갔고
입성한 지 40분 만에 아이는 발목 통증을 호소했으며
입장료는 무료 25,000원이었답니다.
추석 연휴 끝물에 마지막으로 놀아주자 하고
찾아간 곳이어서 쉽사리 나올 수 없어 망설이는데
부득불 놀겠다 고집한 아이와 어찌어찌 3시간을
있었더라고요.
겨우겨우 설득하여 (너 그러다 생일도 못 놀고
체육대회도 못하고....) 밖을 나오니 아니
캄캄합니다. 비도 와요.
태생이 길치 방향치 그냥 온갖가지 공간감각이 떨어지는
저는 그만 당황하고 말지요.
카카오택시가 도착했지만 그마저도 놓치고요.
준비성 철저한 J라고 떵떵거리던 저는
우산을 깜빡했네요? ㅎㅎ 내리는 비를 다 맞으면서
그렇게 다시 택시를 부릅니다.
좁은 이면도로엔 이미 불법주차 차량이 넘쳐나요.
낯선 데다 어두워버리니 차가 잘 안 보이는데
옆에서 아이가 울먹입니다.
“엄마, 나 다리 부러지면 어떡해?”
“엄마, 나 발목 깁스하면 어떡해?”
마음은 급한데 안경엔 비가 투두둑,
아이에게 곧장 떨어지는 비를
어떻게도 못하니 짜증 솟구쳐 그만
아이에게 울컥, 화를 내고 말죠.
“엄마 지금 택시 잡느라 정신없으니 제발 좀 가만히 있어!”
눈물을 참는 게 느껴지는데
달랠 마음도 안 듭니다. 머릿속엔 온통 택시, 택시, 택시.
겨우 잡아 타 안전벨트를 채워주고 나니
그제야 아이가 보입니다.
어두운 차 안, 울먹이는 아이가요.
따지고 보면 오늘, 누구 하나 잘못한 사람은 없어요.
그저 저는 좋은 엄마로서 아이랑 놀아주고 싶었고
아이는 엄마랑 재밌게 놀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런데 하필이면 지난번에 다친 발목이 아팠고
그러니 덜컥 겁이 났을 뿐이지요.
집에 도착해 한숨 돌리고 오늘을 돌아봅니다.
아주 어릴 적 즤 엄마는
다정하진 않았지만 너그러웠어요.
다쳐서 와도 괜찮아,
공부를 못해도 괜찮아,
밥을 남겨도 괜찮아,
그저 건강하게만.
그런데 전 어쩐지 마음이 콜라병뚜껑도
못 되는 것 같네요.
늘 제한하고요. 통제해요.
착한 제 딸은 말을 잘 듣지만
그것도 언제 변할지 모르죠.
제 고객님들은 보통 13살에서 14살에
엄청한 바람이 몰아온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엄마 노릇하기 참 힘드네요.
아직은 그릇이 부족한 탓인데
그릇 크기를 늘이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
옹졸하고 치졸하고 작고 치사하고요.
이런 엄마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 사준 글쓰기 책을 열심히 하는 녀석입니다.
저녁 메뉴는 음, 제육볶음에 미역국인데
녀석이 좋아하는 ‘안성탕면’을 끓여줄까 생각하고 있어요.
마음 고생 했잖아요.
그런 날엔 치팅데이 해도 되지 않나 싶어서요.
무튼 그렇습니다.
지금 쓴 모든 것은 불과 2시간 전에 일어난
생생한 이야기랍니다.
라이브 글쯤 되려나요? 허허.
토요일 저녁 8시입니다.
아직 내일이 남았어요.
저는 오늘 밤부터 무척 부지런해질 예정입니다.
다른 글을 더 쓸 수 있으면 쓸게요.
모두 좋은 밤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