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의 이야기
‘가야 할 때를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 이형기 시인의 ‘낙화’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다. 옛날에도 지금에도 그렇지만 나에게 있어서 시는 아직 어렵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낙화만큼은 처음 배웠을 때부터 계속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특히 요새 머릿속을 맴돈다.
그중에서도 저 구절이 인상 깊은 이유를 생각해 보니 최근에 이별을 자주 경험한 것 같았다. 그렇게 친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고 의지했던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뒷모습을 떠올려보았다. 아름다웠는지. 사실은 잘 모르겠다. 그때가 정녕 가야 할 때였는지 아니었는지. 단언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어느 날 불현듯 어쩌면 가야 할 때라는 건 시간이 아니라 내 마음가짐에 달린 게 아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분분한 낙화처럼 아름답게, 그리고 성숙하게 이별을 마주하는, 그 마음이 드는 순간이 가야 할 때가 아닐까? 하며 말이다. 이런 생각으로 다시 그들의 뒷모습을 떠올려보았다.
아니 사실 떠올려 본 것은 그들의 모습이 아니고 내 감정이었다. 충분히 사랑했는지. 그래서 떨어져 가는 꽃잎들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는지 말이다. 답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걸 깨닫고 나서 결심했다. 나머지 결별은 아름다워야 한다고.
이 글은 아름다운 이별에 앞서 있는 더 근본적인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름다운 결별, 다른 말로는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위한 첫 번째 걸음이라고 할 수 있겠다. 너를 알지 못하고 나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까. 그래서 탐구하고 느끼고 교감해 보려고 많이 노력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꽃을 피우면 좋겠다. 아름다운 이별을 위한, 사랑을 위한 꽃을. 그리고 그 꽃잎이 분분하게 떨어져서 온 세상을 덮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