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마신 커피 두 잔 덕에 정신이 멀쩡하다.
오히려 맑은 편에 가깝다.
보통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은
밤 10시부터 가능하다.
아이를 재울 때 같이 잠들었다가
깨어버리면, 그때부터 밀린 집안일을 마무리 짓고
책상 앞에 앉는다.
노트북을 켜고
노래를 들으며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
무언가를 남긴다.
그것은 그림이기도 하고
일기이기도 하고
때로는, 말없이 멍하게 흘려보내는 것이기도
하다.
일과 취미를 동시에 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새벽의 고요가 좋아서
즐기는 시간이기도 하다.
사람들을 만나 써버린 에너지를
꼭, 혼자서 보내는 시간으로 채워야만
내 마음이 건강해진다는 것을
이 시간을 통해 알았다.
나는, 읽고 쓰고 생각하고 기록함으로
나를 채우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서부터는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의 시간을
더욱 사랑하게 됐다.
오늘도
이 시간에 혼자 앉아
가만히 나를 마주한다.
글을 쓰며 하루를 돌아보고
책을 읽으며 나를 오롯이 세워 본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나를 편안하게 하는 것들을
가만히 헤아려보다 보면
마음속 동요는 가라앉고
물결은 잔잔해진다.
오늘, 지금 이 시간부터
딱 40분 동안
모든 생각을 지우고
나로서 존재하려 한다.
채워질 평화는
내일을 위해 아껴두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