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사람

by 안녕


쓸 수도 없고 안 쓸 수도 없는

딜레마에 놓인 한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한다.

쓰는 고통이 크면 안 쓴다.

안 쓰는 고통이 더 큰 사람은 쓴다.


- <쓰기의 말들>, 은유 -





하루 종일 쌓인 마음을 어떻게든 써야 풀렸다.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이라

집에서는 웬만하면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는 것이 좋았다.

생각의 우물에 찰랑거리며 물이 차오르면

일단 노트북을 켜고,

무언가를 적는 게 좋았다.



하루를 기록하고

돌아보고

마음에 하나씩 남기는 게 좋아

쓰기 시작한 글이다.



때로는 일기처럼

때로는 시처럼 소설처럼

그렇게 내 이야기를 담다 보면

어느샌가 마음은 환해지고

가득 차오른 물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가끔은 몸도 마음도 무언갈 해낼 힘조차 없을 때,

노트북을 여는 것조차도 귀찮을 때,

며칠, 아니 몇 주간 글을 쓰지 않은 적이 있었다.



그러면 꼭 우물이 넘쳐

크게 아팠다.

한 바탕 울며 소용돌이를 거치고 나면

다시금 쓰기 시작했다.



내 일기장에 글이 많이 쌓인다는 것은

그만큼 하고픈 말이 많았다는 것이며

그만큼, 하루 종일 겪은 마음의 굴곡이

고됐다는 것이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의

낙차가 크면 클수록

그것은 늦은 시간 활자가 되어

이곳에 남았으니.



글로 표현하는 아픔보다

글을 쓰지 않는 괴로움이 큰 사람이다.

무인도에 가면 노트북과 휴대폰과 충전기를 챙길 사람이다.



써야지만

행복해지는 사람.

쓰기의 즐거움을 어떻게든 알리고 싶은 사람.



그러니까 나는 쓰는 사람.

글 쓰는, 사람.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밤은 깊어 가고

카더가든과 잔나비의 목소리는

귓가에 닿을 듯 말듯하다.



나는 이 적막 속에서

오늘도 쓴다.



나의 평화와

안온한 삶을 위하여.



그저,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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