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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

by 안녕

의도치 않게 열심히 살았다.

늘어지겠다 다짐한 날이

누군가를 간호하기 위해

진심이 되어버렸다.


기꺼이 가능한 마음이지만

너무 진심을 다했는지

저녁 9시만 되면

눈이 절로 감기곤 했다.


오늘은 눈 부비고 일어나

디카페인 커피에

얼음 하나 넣고선

잠시 여유를 즐긴다.


좀 전에 아이를 재우면서

고백 아닌 고백을 했다.


- 유니야. 엄마는 네가 아직

유치원생처럼 보여. 그래서 자꾸만

잔소리를 더 하게 되나 봐.


- 무슨 소리야?


- 아니. 그냥 엄마가 더

너를 알아가야겠다고.


고물고물 잠에 빠지던 아이는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아리송한

숨결을 뱉어내며 잠이 들었다.


나는 그런 아이를 보면서

언제 이렇게 컸지, 하는

식상한 말로 하루를 갈무리했다.




단연코 화두는 '말'이다.

아이는 하루가 끝나면

친구들에게 들은 말들을 곱씹고

나에게 의미를 묻는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리기도 하고

대게는 놀라면서

뜻을 대충 솎아 알려준다.


조금씩 조금씩

초등학교 생활에 익숙해 가는

아이의 일상은

이제는 내가 예측할 수 없는

영역으로 뻗어 가고 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나 역시도 이제

더 이상 아이를 내 틀로만

바라보면 안 되겠다는

다짐을 한다.


평생 책으로 무언가를 배운

엄마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육아서'를 업그레이드하는 것뿐.


내일은 도서관에 가서

엄마가 아이를 바라보는

관점을 알려주는,

그런 책을 둘러볼 참이다.




내가 아이를,

사랑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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