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삶의 기록
가만히 책꽂이를 바라봅니다.
가지런히 정리하는 법을 모르는
주인의 책장처럼
어수선히 꽂힌 책들을,
바라보니
사서 모으던 시간들이 생각납니다.
개중엔 마음에 드는 것도 있었고
때로는 괜히 샀네, 후회한 것도 있습니다.
버리지 못해 쌓아 두다 먼지가 눌어붙은 것도
너무 아까워 읽지 못하고 아직
소중하게 보관해 둔 것도 있습니다.
책 욕심이 많아
한 때는 한 달에 몇 십만 원씩 책을 사들이곤 했습니다.
좋은 거니까 가책도 없었습니다.
책장을 채우고도 넘쳐
바닥에 흘러들어 갈 때까지
그렇게 사곤 했었죠.
주로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에세이,
때로는 슬픈 소설들이 곁에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앉아 있을 곳도 없어질 때쯤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내 책은,
나의 슬픔이구나.
나의 우울과 불안과 걱정이 모인 거구나, 하고요.
이사할 무력 솎아내 버리곤
다시는 쌓지 않으려고 결심했는데
올해, 유난히 많은 책을 구입했고
또 제 곁엔 우후죽순 책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역시나 저는 올해 무척 힘들었고
괴로웠고, 때때로는 쉬고 싶었더라고요.
그 마음을 풀고 싶어서
자꾸만 사들였네요.
버릴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정말 소중한 책들은 고르고 골라
책장 한 칸만큼만 남기고,
나머지는 처분합니다.
그렇게 한번 솎아내야,
올해를 잘 보내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버리는 것은
사실은 채우는 것이니까요.
채울, 공간을 내어주는 것이니까요.
이제 한 달 남짓 남은
1월이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