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으로 가득 차 있던 한 주가
무너지기엔 3일이면 충분했다.
월요일 늦은 오후,
닥치는 대로 먹은 음식들이
하나씩 차곡차곡 체하는데
제 쓰임을 다 하는 줄도 모르고
먹자마자 잠든 내게 찾아온 것은
엄청난 두통과
무엇을 먹든 먹자마자
게워내는 위경련.
꿈에도 생각 못하고
부지런히 찾아간 출장지에서
나는 점점 아파오는 머리와
조여 오는 위를 부여 들고
10시부터 4시까지 꼬박 버텼다.
안 되겠다 싶어
자리를 박차고 나와
집에 가는 길, 지하철 안에서 몇 번을
주저앉았는지 모른다.
결국,
수요일에 예정된
출장을 펑크 내고
(장학사님에게 아파서 못 간다 말씀드리고)
병원에 가 약을 타 먹고
하루 종일 자고, 자고, 또 잤다.
8년 전부터 나는
어디가 아프든
몸의 변화가 오든 간에
두통이 꼭 찾아오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눈자위를 지그시 누르는 아픔이
콧잔등을 타고 내려올 때면
도저히 눈을 뜨고는 버틸 수 없는
통증에 굴복하고 만다.
그렇게 꼬박 3일을 버텼다.
하루 종일 자고,
겨우 사놓은 죽으로 연명하며. 그렇게.
와중에 목요일은
돌봄 교실을 가지 않은 아이가
내 곁에서 나를 돌봐 주었다.
한참을 기다리던 아이가
"엄마, 오늘은 조금만 아프다며! 왜 이렇게 자꾸 아파!"
하며 울고야 말았다.
그래, 나는 왜 이럴까, 난 왜 이렇게 자주 아프지?
하는 마음에 미안하다, 고 해야 할 것을
"엄마가 아프다고 했잖아! 엄마가 지금
최선을 다해 버티고 있는 거 안 보여?"
하며 괜히 버럭, 성질을 내고
태권도 학원 가자고 거칠게 손을 잡고
나와 버렸다.
아픈 건 나이고
그 탓도 나인데
아이에게 그 화살을 돌리는
어리석음에 치가 떨렸다.
밤이 깊어
잠이 들고 나니
오늘 새벽 즈음엔
거짓말처럼 맑아진 기분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이게 정말 어제까지 아팠던 사람이 맞나,
내가 어제 아팠던 게 맞긴 맞나?
싶을 정도로 컨디션이 많이 회복되었다.
물론 아직 무리해서 먹을 정도도,
좋아하는 커피를 마실 정도도 아니지만.
그리하여 나는
정말 다행으로
오늘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러 간다.
내 마음의 텃밭을
언제고 단단하게 일구게 해주는
분들을 만나, 오늘은 아픔은 잊고
우울은 잊고
그저 즐겁고 행복하게
이야기를 나누다 오고 싶다.
오는 길엔
어제 잔뜩 짜증 내고
심술부린 엄마의 미안함을 담아
아이가 좋아하는
안성탕면도 한 봉지 사갈까 한다.
미안해, 사랑해,라는 마음을 담아서.
추신: 3일 아프고 1킬로가 빠졌다. ㅠ.ㅠ